"무슨 감사가 되겠나"…與, 정쟁 물든 '국감 증인 명단' 앞에 한숨

2024-09-26

법사위, 野 주도로 김건희·임성근 증인 채택

행안위, '김영선·명태균'…與 요구엔 '몽니'

과방위 '방송' 외통위 '영부인' 국토위 '관저'

'정쟁 증인'만 의결…與 "논리조차 없더라"

국정감사를 앞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다. 피감기관 감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의결돼야 할 증인 명단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일방적인 주장 속에 채택되고 있어서다. 정쟁을 극대화하고 '마녀사냥' 목적의 증인들을 민주당이 대거 채택하면서 벌써부터 국감 자체가 맹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모양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이 다음달부터 시작될 국정감사 앞서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 일정과 출석할 증인과 참고인을 정하게 되면 사실상 해당 상임위의 국정감사 준비는 마무리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일부 상임위는 아직 증인 명단을 둘러싸고 파행의 전운이 감돌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여야가 국정감사에 출석할 증인들을 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는 '협의'가 되지 않은 명단을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국민의힘과의 협상·협의 없이 증인·참고인 명단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협상 자체가 되지 않은 명단에 반발하며 의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사건 관련을 캐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얽힌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과 명태균 씨,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질의를 위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증인 명단에 올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감사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 야당이 정부를 협박하고 겁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라며 "대체 법률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하는데 김 여사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증인 채택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민주당은 법사위와 마찬가지로 행안위에서도 공천개입 의혹 관련자인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며 김 여사를 향해 칼날을 겨눴다.

또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행정안전부 관계자, 인테리어 업체 등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증인 명단에 올려 의결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 명단에 올리고 양문석 민주당 의원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박정한 대구수성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부르기로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증인 명단이 채택됐다. 민주당은 YTN 민영화 관련 증언이 필요하다며 YTN 김백 사장과 YTN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을 증인으로 올렸다. 이에 YTN은 이날 "민주당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민주적 선거로 국회의 집권자가 된 정당이 되레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짓밟으며 입맛대로 언론을 손보겠다는 독재자와 하등 다를 게 없다"고 반발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역시 행안위와 같이 대통령 관저 증축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건설사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요구해 여야 간 협의 가능성이 소원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명단을 확정하는데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영되고 있단 점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에서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과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다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 신청 협상을 하다보면 이유도 논리도 없는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야당은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이번 국감도 결국 정쟁으로 끝날 게 분명해보이는 만큼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미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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