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국부펀드가 ‘머니머신’인가…납세자에 위험전가시킬 뿐”

2025-05-06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부채 29조 달러(약 4경 1722조 3000억 원)와 확대되는 재정적자속에서 국부펀드(sovereign-wealth fund)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대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국부펀드는 겉보기에는 고수익 자산 투자로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것 같지만, 실제로는 납세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천연자원 수익이 있는 나라에는 유용하지만, 미국처럼 부채가 많은 나라에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재정 불안정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국부펀드는 “보통은 잉여자금을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국가가 지시하는 대규모 자금”이라고 규정된다.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처럼 공공자금을 활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3일까지 미국의 ‘장기적 재정 건전성 증진’을 목표로 한 국부펀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에 따르면, ‘대차대조표의 자산 측면을 현금화’해 주식, 부동산, 비상장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시장은 연 10%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상장 자산의 수익률은 여기에 몇 퍼센트포인트를 추가로 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자산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은, 지출 삭감이나 증세를 꺼리는 정치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보다 근본적인 결함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본질적으로 국부펀드는 마법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기계가 아니라, 경제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위험을 이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 정부가 고수익을 좇을 때 변동성은 필연적이며, 결국 납세자가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정부의 고수익 자산투자는, 납세자들을 해당 자산의 주주로 강제 전환시키는 것이다. '높은 수익의 가능성'과 '변동성의 확실함'을 모두 공공 재정이 떠안게 된다. 그러나,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와 머튼 밀러(Merton Miller)는 1958년,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것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는 없다고 이미 입증했다. 기업이 단순히 자본구조를 바꿔, 낮은 차입비용과 높은 주식수익률 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로 이들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만약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그 자금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면, 투자자들은 해당 채권이 더 위험해졌다고 인식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다. 이로 인해 차입비용이 증가해 주식시장 수익은 상쇄된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세금을 걷거나 부채 상환을 미루면서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면, 차입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7% 수익률을 노리며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투자자들이 왜 4% 수익률에 만족해야 하는가? 국채는 ‘무위험’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법칙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정부가 미래 증세, 지출 삭감, 인플레이션 허용 등으로 어떻게 부채를 상환할지는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시장은 이를 가격에 반영한다. 정부 자금을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면, 유동성 부족이나 강제 매각과 같은 새로운 재정 위험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납세자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overnment Pension Fund)와 알래스카 영구펀드(Permanent Fund) 같은 성공적인 국부펀드 사례는 국부펀드가 때로는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경우 모두, 막대한 천연자원 수익을 공공 및 민간 시장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정부 지출이나 시민에게 분배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들 펀드의 핵심 역할은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큰 자원 수익'을 '안정적이고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데에 있다”면서 “이들은 위험을, 시장과 시간에 걸쳐 완화하는 기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러한 국부펀드가 필요하지 않다. 미국에는 다양화할 천연자원 수익도 없고, 투자할 잉여 재정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투자자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이유도 없다. 국부펀드가 그 규모 덕분에 일부 비유동 자산에 접근할 수는 있겠지만, 대규모 투자는 시장가격을 움직여 높은 수익률을 얻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국부펀드를 정당화하는 다른 논리들도 미국에는 잘 맞지 않는다. 미국 가계가 위험 회피 성향을 극복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할 이유도 없고, 외교정책을 위해 현금을 비축할 필요성도 적다. 광물이나 핵심 자원에 대한 장기 투자를 위한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러나 납세자에게 주식시장에 대한 레버리지(빚지기) 투자를 강제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주식 투자 확대를 원한다면, 그들을 독려하면 될 일”이라며 “무역전쟁이나 무능한 정책에 시달리지 않을 때, 미국인들은 기꺼이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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