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문동주(22)의 강속구가 플레이오프를 지배하고 있다. ‘가을 야구’에서 불펜 에이스로 변신한 문동주가 한화를 위기에서 구했다.
한화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5-4로 승리했다. 한화는 1승1패로 맞선 5전3승제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리드를 잡으면서, 2006년 이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놨다.
1차전 코디 폰세, 2차전 라이언 와이스에 ‘레전드’ 류현진까지 무너진 마운드에서 문동주가 4이닝 마무리로 팀의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문동주는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동안 15타자를 상대하며 2안타 1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경기를 잡기 위해 삼성은 1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한화는 백전노장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 기대를 받고 마운드에 올라온 둘은 명품 투수전으로 경기를 달궜다. 류현진과 후라도는 3회까지 각각 2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평온하던 경기 흐름은 4회 갑자기 요동쳤다. 한화가 먼저 후라도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았다. 2사후 채은성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폭투로 만든 득점권 찬스에서 하주석이 우선상 적시 2루타를 날렸다. 한화는 이도윤의 적시타를 더해 2-0으로 달아났다.
4회말 삼성 공격에서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1사후 구자욱의 내야 안타와 르윈 디아즈의 볼넷으로 만든 찬스에서 김영웅이 류현진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김태훈이 다시 류현진으로부터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화도 여기에서 밀리지 않았다. 5회초 손아섭과 루이스 리베라토의 연속 2루타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고, 2사 후엔 4번 타자 노시환이 후라도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한화는 5회부터 류현진을 내리고 좌완 김범수를 올려 삼성의 뜨거운 방망이를 식혔다. 한화는 김범수가 6회 첫 타자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4차전 선발로 아끼고 아낀 문동주를 필승카드로 빼들었다.
문동주는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폰세를 구원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마무리 김서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화 벤치는 4차전 선발인 문동주의 필승조 활용을 두고 고민해왔다. 2차전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며 문동주 활용 타이밍을 잡지 못한 김경문 감독은 이날 1점 차 리드, 주자 있는 상황에서 문동주를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이틀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문동주의 공에 힘이 있었다. 문동주는 이재현, 김태훈을 연속 삼진 처리했고, 강민호를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위기를 지웠다.
7회와 8회에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득점권 위기에서 실점 없이 막았다. 특히 8회 1사 2루에서 김태훈, 강민호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대타 이성규, 김지찬까지 네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았다. 문동주는 마지막 타자 김성윤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면서 포효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류현진 잘 공략했는데, 문동주를 공략을 하지 못한게 아쉬운 게임이었다”고 패인을 짚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3차전이 승부처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생각하면서 시합을 시작했는데, 문동주의 투구를 보며 흐뭇했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처음에 2이닝을 목표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문동주가 던지는 것을 보면서, 동주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주에게 물어봤는데 동주도 ‘제가 끝내겠다’고 말해 끝까지 맡겼다”고 밝혔다.
플레이오프에서 2승에 기여한 문동주는 이날 58개의 공을 던져 남은 시리즈 출전이 쉽지 않다. 문동주를 소모한 한화는 4차전 선발로 신인 정우주를 내세운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4차전 선발로 일찌감치 원태인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