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못 한다고 무시? 그냥 참아야죠"…차별 당해도 침묵 택한 고려인들, 이유는

2026-01-03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4명 중 1명은 일상적인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겪고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며 침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산미래연구원은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주민의 인권 실태를 진단하기 위해 ‘고려인 재외동포 주민 인권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안산시 지원 조례에 따른 법정 조사로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 달간 대면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고려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경험한 차별 사례로는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불이익’이 3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인과 같은 일을 하고도 더 적은 임금을 받은 경우’가 12.6%,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위험한 일을 맡은 경우’가 8.0%, ‘한국인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5%로 뒤를 이었다.

인권 침해를 가한 주체로는 ‘한국인 사업장 상사나 동료’가 31.4%로 가장 많았고 ‘일반 시민’이 27.0%, ‘공무원’이 9.1%를 차지했다. 일터와 일상, 공공 영역 전반에서 권리 침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피해 이후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참았다’는 응답이 25.1%에 달했다. 참은 이유로는 ‘한국어가 미숙해서’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각각 29.9%로 가장 많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응답도 15.6%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35.4%는 “앞으로 인권 침해를 당해도 알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7.0%는 그 이유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해 제도적 구제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기관이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37.6%는 “상황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안산시의 고려인 인권 상황을 평균 3.4점(5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안산시 내 고려인 공동체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안산 거주 고려인 인구는 2013년 6,307명에서 2025년 2만2,939명으로 3.6배 증가했다. 거주 이유로는 ‘가족·친척이 있어서’가 63.9%로 가장 많았고 ‘일자리’가 21.5%로 뒤를 이었다.

주거 형태는 ‘보증금 있는 월세’가 78.7%로 압도적이었으며 상당수가 노후 주택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일자리와 동포 네트워크 때문에 “안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안산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담 부서와 고려인문화센터를 운영하며 보육·교육·일자리 등 정착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잇는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고려인을 ‘지원 대상 이주민’이 아닌 ‘지역 주민’으로 대우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석환 안산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 고려인은 잠시 머무는 이방인이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에 정착한 주민”이라며 “이번 조사가 실질적인 정책 개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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