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해킹 피해 의심" 게시글 잇따라…혼란 가중KT·LG유플러스 이용자들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고령층은 사각지대…"피해 의심되면 즉시 신고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017670]에서 고객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건이 일어나 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이용객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SKT의 유심 무상 교체가 수급 대란을 낳은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피해 사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이번 사건과 무관한 KT·LG유플러스 이용객들까지 보안 서비스에 가입하며 '셀프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 환경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유심 교체 예약 서비스, 유심보호서비스 등에 접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확인되지 않은 피해 사례 확산…불안 가중 지난 26일 디시인사이드 한 갤러리에는 해킹 피해 사실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혼란이 일었다.
작성자는 자신의 명의로 총 8개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사실이 조회된다는 사진과 함께 "예비군 갔다 와서 휴대전화 확인해보니까 문자 폭탄이 와있길래 설마 하면서 조회해보니까 이게 뭔가"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이 해당 게시글에 "얼른 해지해야 한다", "이거 심각한데?"라고 댓글을 적으며 혼란이 가중됐으나, 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가 "내국인은 180일 이내에 3개 회선까지만 개통할 수 있다"며 위 사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일단락됐다.
엑스(X) 이용자 'slm***'도 "SKT를 쓰는 지인으로부터 피싱 문자가 온다"며 "그 사람이 내 정보로 대출받았다는 내용인데 이 피해 어떻게 할 건가?"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다만 이들의 주장은 현재까지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건으로 인한 피해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SK텔레콤 측도 지난 27일 해킹 사고 이후 현재까지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부산에서 SK텔레콤 사용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이후 계좌에서 5천만원이 빠져나간 사건도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IT 당국은 28일 "해당 계좌이체 사건은 SK텔레콤 서버 해킹으로 인한 유심 정보 유출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31) 씨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무분별하게 떠도는데, 관련 법률이나 기술적 지식이 없다면 충분히 혼란을 겪을 만한 내용"이라며 "안 그래도 유심을 바꾸지 못했는데 더 불안해진다"고 토로했다.

◇ KT·LG유플러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급증"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자구책을 찾고 있었다.
지난 26일 엑스 이용자 'jar***'는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 패스(PASS)를 통한 명의도용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신청 방법을 소개했다.
해당 작성자는 "SKT 해킹 사건으로 인해 KT를 쓰는 나도 보안 상태를 점검해보기로 했다"며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통신서비스를 조회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LG유플러스를 이용한다는 또 다른 이용자 'by***'도 "SKT 해킹 사태로 복제폰이 나올 수 있으니 자신 명의로 새 휴대전화 개통되는 것을 사전에 막으시라"며 같은 서비스를 추천했다.
이들이 소개한 패스(PASS) 명의도용 서비스는 지난 27일부터 이튿날까지 줄곧 '사용자가 많아 접근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떴다.
KT와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유심 보호·번호도용문자 차단·정보보호알리미 등 무료 보안 서비스 가입자도 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주말 새 보안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직접 피싱 대응 매뉴얼을 만들거나, 유튜브를 통해 지금 당장 설정해둬야 할 것들을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다.
피싱 대응 매뉴얼을 공유한 엑스 이용자 'mi0***'는 '유심 핀코드란?', '통신사 비밀번호 변경 방법',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방법' 등을 정리해주며 "해킹 피해를 보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 "유심이 뭔가요?"…IT 취약 노인들 발동동 그나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습득할 수 있지만, 노령층은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들로 정오까지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1시간 넘게 대기 중이던 김영남(70) 씨는 "뭘 가입하라는 문자가 왔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찾아왔다"고 밝혔다.
SK텔레콤으로부터 발송된 해당 문자에는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라는 설명과 함께 앱과 웹 주소가 첨부돼있었다.
김씨는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조만간 해외여행 갈 예정인데 자녀들이 이걸 가입하면 로밍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맘 편하게 교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심 수량이 소진돼 발걸음을 돌리던 김영희(74) 씨도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고 딸이 대리점을 가보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이렇게 교체하기가 어려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거 꼭 바꿔야 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아예 인지하지 못한 노인도 상당수다.
김용기(80) 씨는 대리점 앞 사람들이 웅성대는 것을 보고 기자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고, 그제야 이번 사태를 전해 듣자 자신의 휴대전화 통신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확인 결과, 김씨는 SK텔레콤 이용자였다.
유심을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김씨는 "뭐요? 유심? 그게 뭔지 몰라요"라고 어리둥절해했다.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던 김씨는 자리를 뜨며 "아이고, 노인들 피해 많이 보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이날 대리점 앞에서 만난 노인들은 모두 유심 교체 예약 서비스를 알지 못한 채 현장에서 기다려야 했고,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서 일부는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엑스(X) 이용자 'wa***'는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으로 예약도 해보고 통신사를 옮기기라도 해볼 텐데, 어르신들은 사람 많은 데에서 줄 서 놓고 교체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이용자 'iii***'는 "유심 바꾸려고 대리점 갔는데 QR 코드 찍어서 예약해야 했는데 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은 어떡하자는 건가?"라고 썼다.

◇ "피해 의심되면 즉시 신고…'보안'을 투자 관점으로 봐야" 전문가들은 피해가 의심되면 즉시 수사기관 혹은 SK텔레콤에 신고하고, 온라인상에 떠도는 피해 사례 중 가짜뉴스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피해에 대한 불안이 있는 만큼 온라인상에 가짜뉴스가 확산하기 쉬운 상황"이라며 "일반 시민들도 온라인에 떠도는 피해 사례를 그대로 믿지 말고 냉정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회사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원창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가 100층 빌딩이라면 기초 층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보안'"이라며 "디지털 사회를 앞으로 더 높이 지어 나갈 텐데 보안이 탄탄하지 않으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모든 기업이 보안을 비용 아닌 투자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중 국민대 차세대 통신사업단 특임교수도 "심 스와핑은 이번 유출 사고와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이용자들은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디까지 정보가 유출됐고 그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다는 명확한 정보가 전달돼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국민의 반절이나 되는 사람의 정보가 유출된 만큼 정보 공유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계속해서 상상력을 발휘해 아무 상관 없는 사례도 이번 사고와 연결 지어서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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