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랜드마크]SK에코플랜트 '튀르키예 유라시아 터널', 세계 최초 대륙간 해저터널의 위엄

2025-11-14

선진국 독점 해저터널 해외공사, 국내 건설사로는 첫 수주

5.4㎞에 달하는 복층 해저터널, 자금동원부터 시공까지 완벽

대형 TBM 동원해 최고 수심 110m 해저 뚫어가며 굴착 성공

전 세계 건설상 휩쓸어…기술력 뽐낸 SK에코플랜트, 해외서 약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유라시아 해저터널 개통으로 인해)세계 관광대국 튀르키예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졌다."

2016년 12월 20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유라시아 해저터널' 개통식에서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최초 대륙간 터널'이자 '세계 최초 자동차 전용 복층 해저터널'이기도 한 메가 프로젝트 유라시아 해저터널. 야야 소피아 성당과 더불어 또 하나의 이스탄불 랜드마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던 건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건설사 SK에코플랜트의 기술과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K에코플랜트, 국내 건설사 최초 '해외 해저터널' 시공사 되다

튀르키예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에 의해 동쪽의 유럽대륙과 서쪽의 아시아대륙 나뉜다. 이스탄불이 단일한 도시로서 기능하려면 당연히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이 필요하다.

이스탄불에는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 다리와 보스포루스 대교가 있지만 인구 16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의 통행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란 벅찼다. 지난 2015년 네덜란드 GPS 제작사 톰톰은 이스탄불을 세계 218개 도시 중 교통혼잡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뽑았다.

그렇다고 이스탄불에 무작정 다리를 더 건설할 수는 없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폭이 좁은데다 물살이 세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의 선박 통행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바다밑 터널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라시아 터널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유라시아 터널은 5.4㎞에 달하는 복층 해저터널이다. 접속도로까지 포함하면 총연장 14.6㎞에 달한다. 지난 2011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16년 12월 준공됐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08년말 사업권을 획득하며 공사를 맡게 됐다. 당시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주로 실적을 보유한 해저터널 사업에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또한 유럽과 대륙간 해저터널 공사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자금조달도 척척, 세계가 인정하는 'PF사업' 모범사례

총 12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사업비가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SK에코플랜트는 튀르키예 기업인 야피메르케지와 함께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했다.

SK에코플랜트는 대규모 자금조달 마련을 위해 지난 2012년말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사업권을 획득한 지 불과 4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국제금융시장은 경색됐지만 SK에코플랜트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초총 9억6000만 달러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튀르키예 정부와 대주단 간 채무인수 보증약정을 통해 튀르키예 최초 민관협력사업(PPP)을 성사시킨 것이 주효했다. 해당 보증약정은 이번 사업의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튀르키예 정부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SK에코플랜트는 6개월에 걸쳐 튀르키예 정부, 대주단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이같은 자금조달은 영국 글로벌 금융전문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매거진으로부터 ‘2012년 올해의 프로젝트(Deal of the Year)’로 선정,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모범사례로 손꼽혔다.

◆아파트 5층 높이 터널굴착장비로 바다 밑을 뚫다

공사 환경은 최악이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폭이 좁고 인근 흑해와 마르마라해의 수위차와 염분차로 인한 밀도류로 인해 유속이 초속 3~4m로 매우 빠른 편이다.

2014년 해저터널 굴진에 들어간 SK에코플랜트는 두 달간 석유시추선을 동원하는 등 철저한 해저물리탐사를 통해 지층 지질을 분석했다. 이어 3차원 물리탐사를 통해 시추 간격 사이 지반상태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꺼내든 히든카드는 주문제작한 TMB(Tunnel Boring Machine·터널굴착장비)이다. 2013년 제작돼 TBM은 단면 직경이 13.7m로 아파트 5층 높이에 달했다. 총 길이는 120m, 무게 33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일디림 바예지드로 명명됐는데 오스만투르크 제국 전성기를 이룩한 술탄의 이름을 따왔다.

유라시아터널 공사에 사용되는 TBM 공법은 추진체로부터 동력을 얻은 커터헤드가 암반을 압쇄∙절삭하며 굴착작업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세그먼트를 곧바로 터널 내벽에 끼워 넣음으로써 원형터널을 만들어 나가는 공법이다. 굴착과 동시에 터널 구조물 건설이 가능한 만큼 공기단축과 안정성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첨단 공법이다.

◆16개월간 하루 평균 7m씩, 총 3.34㎞를 나아가다

TBM이 굴착한 해저구간의 길이는 총 3.34㎞에 달했다. 2014년 4월부터 굴착에 착수, 하루 평균 7m씩 앞으로 나아갔다. 1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였지만 토사의 양은 25톤 트럭 100대 분량에 달했다.

더군다나 최고 수심 110m 해저에서 대기압 11배에 달하는 높은 수압과 무른 해저지반이라는 까다로운 작업환경을 극복해야 했다. 보스포루스 해저는 모래, 자갈, 점토가 뒤섞여 쌓여 무른 충적층으로 이뤄졌다. 기압차로 인해 자칫 바닷물과 토사가 터널 안으로 유입될 위험이 큰 고난도 공사였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TBM 면판(커터헤드)과 암반·토사를 파쇄하는 70개의 커터에 교체주기와 마모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했다. 또 커터 뒷편에 수심 100m의 고수압에서도 작업자가 언제든지 대기압과 같은 환경에서 마모된 커터를 교체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지진에 대비한 터널벽체의 내진설계도 갖췄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터널을 뚫기 시작한 지 16개월 만에 이스탄불 앞바다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어려운 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규모 7.5에 달하는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졌다.

상층과 하층에 각각 2차선씩 왕복 4차선 복층구조로 구성된 유라시아 터널이 착공 48개월 만에 개통되면서 이스탄불의 심각한 교통체증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이스탄불 동서를 오가는데 2시간 가량이 걸렸으나 해저터널을 이용하면 고작 15분이면 가능해졌다. 개통 후 약 10개월간 1200만 대의 차량이 해저터널을 오갔다.

◆SK에코플랜트, 전 세계의 찬사를 받다

SK에코플랜트는 전 세계 최초 복층 구조 해저터널 건설을 통해 글로벌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유라시아 터널은 해저에 자리한 데다 기존도로 확포장공사, 교량구조물공사, 건축구조물공사, 접속도로, 발파굴착터널, TBM 해저터널 등 다양한 공종으로 인해 매우 까다로운 프로젝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에코플랜트는 품질·안전·스케줄·원가관리 등을 빈틈없이 수행했다.

전세계가 이같은 SK에코플랜트의 역량을 칭찬했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은 2016년 터널∙교량 분야의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로 유라시아 터널을 선정했다. 국내 건설사의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 수상은 SK에코플랜트가 처음이었다.

2017년에는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국제도로연맹 (International Road Federation)이 주관한 2017 글로벌 도로 프로젝트 시상에서 '건설기술'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국제도로연맹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한 도로 프로젝트를 분야별로 선정해 수상한다.

같은 해 한국공학한림원은 유라시아 터널을 건설환경공학 분야 최고의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최첨단 건설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사회·환경 측면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

유라시아 터널로 기술력을 뽐낸 SK에코플랜트는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등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로 활약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