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범이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이 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족과 합의하면 형을 줄여주는 법원 태도가 이런 솜방망이 처벌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식이면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투자하기보다 사고 발생 후 유족만 설득하려고 들지 않겠는가. 중대재해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가 지난 15일 대법원 양형연구회의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이 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70명 중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건 6명(8.57%)에 그쳤다. 대부분은 징역형 집행유예(61명)였고, 나머지는 벌금형(3명)이었다. 범 부장판사는 “유족과의 형사합의를 통해 유족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정이 주요 양형요소로 참작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유족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 사후적 비용이 기업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하고도 철저하게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크지 않으면 기업은 여전히 안전에 투자하기보다는 사고처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선 올 들어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에만 새벽배송·물류 일을 하다 3명이 숨졌다. 이 정도면 죽음의 사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쿠팡은 재발 방지를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2021년 1월 작성한 ‘위기관리 대응 지침’ 대외비 문건에는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장례비는 합의와 연계” 등 내용이 적혀 있다. 산재 피해자 유족을 회유하고 조직적으로 입막음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쿠팡이 대규모 대관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고액 연봉이 산재 예방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싸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이런 행태를 막으려면 산재 발생 시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이 산재 예방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서 보듯 현실은 정반대다. 대법원은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에 맞게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