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내한 공연···설민경 부악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보헤미안 사운드 기대해달라”

2025-05-20

밤베르크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소도시다. 중세 도시의 흔적이 보존된 구 도심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으로도 유명하지만, 정작 이 도시의 남다른 존재감은 웬만한 대도시를 부끄럽게 만드는 뜨거운 음악 애호에 있다. 인구 8만명에 불과한 밤베르크 인구의 약 10%가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회원이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1946년 창단돼 독일 내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선 역사가 짧은 편이나 보헤미아(현재 체코의 중부와 서부)의 정취와 독일적 중후함을 겸비한 독일 관현악의 숨은 강자다.

오는 5월31일과 6월1일 각기 성남아트센터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밤베르크 심포니 내한 공연은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다. 5월31일에는 스메타나 오페라 ‘두 과부’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6월1일에는 바그너 오페라 ‘요정들’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양일 모두 아시아 여성 최초로 DG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나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지휘는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체코 출신의 상임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4)가 맡는다.

밤베르크 심포니 부악장으로 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34)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에 이렇게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 또한 독일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많은 정기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항상 놀랍고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점령한 체코에서 독일 남부로 이주한 음악가들이 모여 결성한 악단이다. 1950년까지만 해도 단원의 60%가 보헤미아 출신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뿌리가 체코인 만큼 우리가 가진 ‘보헤미안 사운드’는 매우 매력적인데요,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찬 소리를 추구하고 있죠.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베토벤이 체코 테플리체에 머물며 작곡한 작품인데요, 저희 오케스트라가 가진 ‘보헤미안 사운드’로 이 곡을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한예종 재학 중이었던 2012년 독일에 온 설민경은 2018년 밤베르크 심포니에 입단했다. 평단원인 제2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다 2023년 오디션을 통해 부악장으로 선발됐고, 지난 4월 종신단원이 됐다. 설민경은 “부악장은 악장을 넘어서도 안되고, 악장보다 덜 활동적이어도 안 된다. 쉽지 않은 역할이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되고 편안해진 것 같다”면서 “늘 스코어를 놓고 리허설을 준비하고, 리허설 중에도 악장과 단원들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순발력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밤베르크 심포니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야쿠프 흐루샤에 대해서는 “그의 지휘는 견고하면서도 정갈하다”면서 “연주회에서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흐루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악단들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는 지휘자다. 오는 9월부터는 영국의 세계적 오페라 극장인 로열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협연자인 김봄소리에 대해선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저희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씨가 함께 음반 녹음을 했던 작품”이라면서 “한국인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설 때면 더 설레고, 큰 자부심과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설민경의 어머니는 현재 서울시향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미경씨다. “항상 배움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 생활을 꿈꾸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늘 길잡이가 되어주시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는 어머니께 늘 감사하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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