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선면은 지난주 구독자 참여 이벤트 ‘내가 바라는 공약은?’을 진행했어요. 짧은 시간 정말 많은 분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님들이 꿈꾸는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점선면은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는 공약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 주요 의제를 분석하는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각 후보가 의제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냈는지도 함께 정리합니다. 세번째 의제는 ‘검찰·법원개혁’입니다.
“검찰과 사법부 개혁입니다.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극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세상이 더 나아지기 위한 의제보단 나빠지지 않기 위한 지지선이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선 잘못된 권력이 들어섰을 때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줄여놔야 합니다.”
-주빵님(서울, 30대 여성)
“사법제도 개혁(검찰 포함), 내란 완전종식. 판검사의 정치개입을 막아야 하고 나라를 혼란케 한 세력을 엄벌해야 하므로.”
-소나기사랑님(인천·경기, 60대 이상 남성)
흔들리는 법과 정의, 바로 세우려면
검찰·법원개혁은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제 중 하나입니다. 거대 양당이 서로 적대시하는 정치 풍토에서 이는 늘 민감한 주제였어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검찰이 야당 인사를 먼지 털듯 수사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죠. 그렇다 보니 검찰은 일개 사정기관이 아닌 ‘정치 플레이어’로 여겨집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검찰개혁 논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어요.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고,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 때문에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일도 겪었습니다.
이 후보는 검찰과 관련해 가장 많은 공약을 냈습니다. 핵심은 검찰에 몰린 권력 분산, 수사기관끼리의 상호견제입니다. 그 첫 단추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권한) 분리를 제시했어요.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소를 하기 위한 끼워맞추기식 무리한 수사를 하거나, 반대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드러났는데도 재판까지 가지 않도록 봐줄 수 있다는 게 이 후보의 문제의식입니다.
이 후보의 대안은 검찰을 둘로 쪼개는 겁니다. 부패·경제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공소유지를 맡는 ‘공소청’으로 나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미완에 그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신설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강화하고,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도 개헌을 통해 바꾸겠다고도 합니다. 검사 징계 수위에 ‘파면’을 추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와 반대로 갑니다. 공수처를 폐지해 그 권한을 검찰과 경찰로 넘기겠다고 합니다. 검찰과 경찰에 일부 분산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 기능을 합동수사본부로 통합하는 구상도 발표했어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기구 효율화’ 차원이어서 김 후보의 공약과는 결이 다소 다릅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수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검찰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막을 정교함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에 집중됐던 권한을 경찰로 일부 나누면서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거든요. 수사도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필요한 일인데, 충분한 준비 없이 그 권한을 다른 곳에 넘겨버리면 ‘빈틈’이 생긴다는 겁니다. 아니면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이 자신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혼선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수사를 두고 검찰, 경찰, 공수처가 일제히 ‘수사 경쟁’을 펼친 적 있고, 이것이 윤 전 대통령 측이 문제를 제기할 빌미가 돼 결국 구속 취소로 이어졌어요.
김 후보는 검찰의 정치적 행태, 즉 ‘정치검찰’ 문제엔 눈을 감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국가정보원 권한 강화 공약을 제시하면서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 회복’을 내세운 것을 두고도 구시대적이란 지적이 나오고요.
법원개혁과 관련한 이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은 ‘대법관 정원 확대’입니다.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 또는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이미 발의했습니다. 대법원에 많은 사건이 몰려 사건 처리에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을 반영한 공약입니다.
다만 대법관 증원 주장이 대법원의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쏟아져 나온 점을 두고는 우려가 나옵니다. 30명 또는 100명이라는 정원의 근거가 뭔지, 대법관을 언제 얼마나 확대할지 등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논의됐다고 보기 어렵거든요. 파급효과가 큰 정책을 성급하게 내놓은 것 아닌지, ‘조희대 대법원’에 보복하는 성격의 공약은 아닌지 등 비판이 나옵니다.
김 후보의 공약엔 정책적 고민보다는 ‘이재명 저격’에 치우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김 후보는 “정치권력을 악용한 수사·재판 방해를 방지하겠다”며 ‘사법방해죄’ 신설을 공약했는데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려고 개념도 모호한 법을 무리하게 들고 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선 후보들의 검찰·법원개혁 공약, 어떻게 보셨나요? 지금까지는 후보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만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보통의 시민에게 필요한 검찰개혁, 법원개혁은 무엇일까요?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빠른 수사·재판으로 피해를 보지 않는 것, 이런 게 아닐까요. 정책을 더 정교하고 시민의 삶에 와닿게 다듬는 논의가 남은 기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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