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빛, 불안한 정국 등 최악으로 가는 한국경제
‘표풀리즘’ 난무 속 ‘나락’과 ‘회생’의 갈림길,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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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우리나라 경제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매체에 오르내린다. 연초부터 내수 부진이 심각한데, 가계빚과 탄핵 정국 등이 겹쳐 가시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건설 경기도 싸늘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투자는 마이너스가 유력하다고 한다. 법원에 회생 또는 파산 신청하는 기업도 사상 최대로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실업자도 급증해 실업급여 수급자가 사상 최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다가 이제는 외환(外患)(?)까지 겹쳤다. 수출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새로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탄 등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의 파고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한참 아래에 있다고 여겼던 중국의 첨단기술 수준이 우리를 이미 뛰어넘었거나 뛰어넘는 수준까지 와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을 걱정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안팎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사정은 이러하지만, ‘여의도의 시계(視界)’는 전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경제단체가 총출동해 일요일에 긴급 반대성명을 낼 정도로 절박하게 생각하는 상법개정안을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은 소송남발, 경영권 위협, 투자 위축을 초래해, 결국 경제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경제단체 및 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이들에게는 ‘소귀에 경읽기다’.
기득권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원들만을 위한 근로시간 규정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일하고 싶어요’라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외침을 정치권은 외면한다. 52시간제 근로 규정에 일체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너희들은 쉬는 것이 맞다’는 오만함이 정치인들의 머릿속에는 가득한 것 같다. 하기야, 전 국민의 노후와 건강도 정치인인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대단히 오만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실상은 어느 영화에 나온 명대사처럼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은 정치인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렇지만, 그들은 ‘표를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정치인들’이라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유권자들이 좋아하고 환호하는 정책이라면 그것이 국가 경제를 망치고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든 아니든, 관계없이 그것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의 행태이다. 그런 대부분의 정치인을 ‘포퓰리스트’ ‘포퓰리즘 정치인’ 또는 ‘정치꾼’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은 ‘진정한 정치인’은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여론, 즉 표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시장의 판매자들’이다.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여론, 사회적 분위기, 표가 움직이는 방향 전환뿐이다. 대중민주주의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그러다보니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또 우리의 경우를 보아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한 개혁은 요원하다. 대처리즘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한 영국 대처 수상의 개혁도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여론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IMF 경제 위기 당시 ‘금 모으기’ 등 전국민적인 호응이 없었다면 개혁을 통한 위기 극복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마찬가지로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한, 그래서 ‘표가 팔리지 않는다’고 ‘여의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현재의 행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 집권당인 사민당(SPD)에게는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민당(CDU) 기사당(CSU) 연합에는 엄청난 승리를 안겨준 것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독일 국민의 확실한 의사표현이다. 독일은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감세, 복지 지출 감축 등 ‘작은 정부-큰시장’ 정책을 택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의 이 선택에 따라 계속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회생의 기회를 잡을 것인지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