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멘탈, 갑 중 갑이었다…“국회 증언? 생중계로 해라”

2025-05-07

노태우 비사

제2부. ‘5공 청산’과 전두환·노태우 갈등

8회. 난장판 된 전두환 국회 증언

갈등의 다른 축, 이순자·김옥숙

1989년 여름 5·6공 갈등을 악화시키는 사건이 터졌다.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격분시켰다. 그해 7월 14일 김옥숙이 전두환의 큰아들 재국을 청와대로 불렀다. 재국은 막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전두환이 ‘귀국하면 너도 잡혀간다’며 말렸지만 재국은 ‘집안을 챙기겠다’며 귀국했다.

‘김옥숙 여사의 초청에 재국은 기대감을 안고 찾아갔다. 그러나 그날 재국은 놀라운 전언을 듣고 왔다. 내용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어려운 백일기도를 통해 모처럼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치유할 수 없는 타격을 가했다.’ (이순자 회고록 ‘당신은 외롭지 않다’ 중에서)

‘놀라운 전언’은 전두환의 백담사행에 대한 김옥숙의 설명이었다.

‘전임 대통령(전두환)이 퇴임 후에도 권력을 거머쥔 채로 국정을 좌지우지하려 했다고 주변에서 말한다. 그 모델로 선택한 것이 버마(현 미얀마)의 독재자 네윈 장군이다(그래서 버마를 방문하는 바람에 아웅산 테러 사건이 터졌다). 국가원로자문회의나 일해재단도 모두 그런 의도로 준비했다. 이런 주장들이 많아 백담사로 가는 비극이 생겼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시중에 떠돌던 소문과 여론을 핑계로 6공 청와대가 ‘백담사행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놀랄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사과’와 ‘하산’을 기대했던 이순자에겐 실망 이상이었다.

이순자는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태우 부부와의 우정과 신뢰’를 믿었는데, 비로소 자신들을 압박하는 주체가 노태우 부부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순자 회고록은 백담사행 이후 29년이 지난 2017년에 발간됐지만 당시의 고통과 원망이 절절히 담겨 있다. 전두환은 당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행 방법의 하나로 불경을 한 글자씩 붓글씨로 옮겨 쓰는 ‘사경(寫經)’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순자는 먹물이 종이에 번지는 모습을 ‘내 가슴속 보이지 않는 저 피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격렬한 출혈 같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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