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레싱 대표 임응수 변호사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인터넷 지식저장소인가, 인터넷 오물저장소인가. 한국형 위키피디아로 통용되는 나무위키를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정체불명 플랫폼”이라며 규제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인만 불편한 국민 참여형 백과사전”이라며 규제를 반대한다.
여당 측은 이른바 나무위키 투명화법을 발의해 국내법 적용을 벼르고 있다.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나무위키가 허위정보·성착취물 피해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하고 있어서다.
나무위키를 둘러싸고 갑론을박, 논란이 증폭하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가 “나무위키 불법 콘텐츠 피해자들로부터 제보를 받겠다”며 적극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나무위키는 언론자유의 절대영역이 아니라는 이들을 NGO저널이 만났다.
- 반갑습니다. 작년 10월에 단체가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언프레싱이란 단체명은 이름 그대로 프레싱(언론)의 반대의 의미로 붙인 이름이에요. 프레스라는 게 언론, 압력을 가한다 이런 뜻 아닙니까? 언론이 공정하게 기능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기니 그것에 대해 언프레싱을 한다는 의미로 명칭을 지은 거죠. 또 공교롭게도 최근 언론중재위원회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언론 피해의 여러 부당한 사례를 알게 되어 문제의식을 갖게 된 점도 단체를 만들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어요."
- 그렇군요.
"저는 우리나라 언론 구조 자체가 여러 면에서 좀 편향돼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돕기 위한 방법으로 언론 문제에 대한 연구보다는 피해자들을 직접 지원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좀 보완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 방편으로 언프레싱을 만들게 됐습니다. 아, 또 하나의 계기라고 한다면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탤런트 김영애 씨 황토팩 사건 같은 경우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이 사건은 제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경우죠.
아무튼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단순히 인터넷 언론 매체뿐 아니라 MBC와 같은 공영방송까지도 가짜뉴스 생산에 앞장서고 그런 문제들이 제때 시정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치적인 관심을 받는 사안도 해결되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의 피해는 오죽할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 지금 이 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단체 일은 혼자 하시는 겁니까? 활동하는 다른 분들도 있나요?
"저 혼자 하는 건 아닙니다. 뜻을 같이 하는 언론계 종사자들과 언론학자들도 있고요. 일단은 단체 법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변호사업 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별도의 NGO 활동이란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잖아요. 평소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글쎄요, 별도의 활동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변호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고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거든요. 원래 사회에 대한 관심은 좀 있었어요. 전공이 사회학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시대 분위기도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던 것 같아요.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교수님께서 사회학자를 가리켜 사회적 문제를 치유하는 의사라는 의미로 ‘소셜 닥터’라고 지칭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다른 사정이 생겨 변호사가 됐지만 평소 여러 소송 사건을 다루면서 금전적인 문제 외에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치유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적 분쟁 속에서 상대방 간 상처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 작업들이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법적인 것들, 시스템적 문제 외에 어떤 심리적인 것,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을 NGO를 통해 풀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현재는 다수의 지지와 관심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 국민 누군가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는 것이고 그게 NGO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당장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죠. 저 개인은 부족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피해자 구제 활동은 시작된 겁니까?
"언론 피해자들 제보를 지금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정리는 안 됐고요. 특히 성착취물, 허위정보 등 나무위키 등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제보를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러 소문과 제보를 확인 중에 있고요. 제보가 들어오면 확인하고 적극적인 구제활동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 안 그래도 나무위키 관련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모 언론에서 나무위키 측과 인터뷰를 했더군요. 나무위키 관련 여러 논란이 있고, 또 국회 여당 인사가 나무위키 투명화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잖아요. 나무위키 운영자가 반박을 했고요. 요지는 나무위키에 가짜뉴스가 올라올 수 있지만 사용자 상호 간 비판과 상호 검증을 통해 자정작용으로 결국 퇴출당하는 구조라고요. 동의하십니까?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얘기에요. 문제의 본질로 더 들어가 봅시다. 나무위키뿐 아니라 국내 거점을 두고 있지 않은 인터넷 내지 동영상 플랫폼들이 문제라는 거죠. 대표적으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있겠죠.
유튜브의 경우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유튜브가 영상을 통제하는 문제에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요, 나무위키와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외부 자정작용에 의해 가짜뉴스가 걸러지면서 여론이 조정되고 정상적으로 형성된다고 말이죠. 그런데 실제 상황도 그런가요? 전혀 아니라는 게 문제에요.
하지만 이런 유튜브만 해도 구글 코리아라고 국내에 법인이 있습니다. 비록 약관에 따라 캘리포니아 법에 의해 미국에서만 법적 분쟁 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며 영상 관리나 제재와 같은 권한이 자기들에게 없다고 발뺌을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이 약관에 따라 소송 당사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다 각하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 구글을 상대로는 소송제기 자체가 안 됩니까?
"네, 비단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유튜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국내에서 전부 다 각하됐습니다."
- 소송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든 건, 불공정 약관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공정위라든가 방통위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에요. 또 현실의 문제도 있죠. 피해를 입었다고 미국에 가서 직접 소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미국은 본인이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도 많고 교민도 많으니 괜찮은데, 나무위기는 파라과이거든요."
- 나무위키 본사가 파라과이이군요.
"파라과이에 대한민국 출신 국민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또 하나, 예를 들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정당이나 힘이 있는 단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아무 힘없는 개인이 피해를 입었을 때 권리보호를 받을 수 있겠어요? 피해가 발생했는데 아무 보호를 못 받는 이 상황 자체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저희가 김장겸 의원의 나무위키 투명화법 발의에 찬성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나무위키와 같은 지식생성형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고 또 당연히 권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정작용으로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 무차별적 개인정보 침해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적인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이라고 보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 나무위키 운영자는 이런 이야기도 하더군요. 여권 쪽에서 나무위키가 마음에 안 든다고 차단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가짜뉴스나 성착취물이 올라오는 건 페이스북 등 SNS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럼 그것들도 다 차단할 거냐 하고 말이죠. 또 그렇게 하면 중국, 러시아, 북한이랑 뭐가 다르냐고도 반박합니다.
"음...그러니까 저는 이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예를 들어볼게요. 현재 대한민국은 칼 종류는 일체 개인 통관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요.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저희 언프레싱 입장은 나무위키뿐 아니라 해외에 근거를 둔 SNS와 모든 플랫폼의 경우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차단 문제는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리고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보장, 보호조치가 보장되지 않는, 그러니까 가짜 정보의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책임 추궁조차 할 수 없는 SNS나 플랫폼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특히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게 세금이에요. 구글도 그렇고 나무위키도 그렇고 대한민국 국내에서 국민을 상대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세금납부는 극히 미미합니다. 우리는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해 영향력에 비해 규제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논의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포털사들과 같은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됩니다.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나무위키 문제는 정치적 입장이나 가짜정보의 유통 문제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최소한의 권리구제 조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부분일 듯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언론자유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규제와 언론자유 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잘 아시겠지만, 언론자유가 무조건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돼 있는 언론자유의 핵심은 사전검열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론이 보도함에 있어 언론 자체의 판단에 따라 보도하는 것으로 사전에 이것을 차단한다거나 검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자유를 통해 보도된 것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후적으로 언론중재위 등을 통해 피해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런 사후적 규제조치들이 잘못된 것이고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누가 주장한다면 아마 대부분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나무위키로 인해 입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책임을 추궁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인 것이고, 이런 구제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외면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허용할 수는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기존 언론도 오보도 하고 잘못된 보도를 하기도 하고 가짜뉴스를 유통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언론사를 폐간한다거나 방송허가를 취소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피해 구제절차를 밟도록 규제합니다. 그럼 구글이나 나무위키에 그런 절차가 있는 것이냐, 전혀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고, 제 생각에는 언론 자유를 더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나무위키, 구글과 같은 경우 사후적인 통제가 더 필요하다는 거예요."
- 대표님이 보기에 가장 심각한 문제를 꼽으라면요. 나무위키는 대체 어떤 플랫폼인겁니까?
"구글 등과 비교해봐도 나무위키는 최소한의 정보조차 알 수 없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누가 운영하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최소한의 필요 정보도 공개돼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거예요. 그냥 동네 게시판도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민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얻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며 실질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운영주체가 어디인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거예요.
피해를 입은 국민이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자 해도 어떤 방법도 취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인거죠. 피해자가 파라과이 현지에 간다고 가능하겠습니까? 파라과이 정부는 나무위키의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요?
의도했든 안 했든 나무위키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유령처럼 보이지 않고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이 이상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나무위키의 시작은 몇몇에 의해 어떤 클럽의 형태로서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위상은 전혀 다릅니다. 최소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구제절차라도 밟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 나무위키가 수익을 얻는 구조는 어떻게 됩니까? 혹시 파악하셨나요? 언론보도를 보니 김장겸 의원실에서는 100억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보는 것 같던데.
"이 부분도 큰 문제에요.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상식적인 추측이거든요. 특별히 광고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다면 이들이 정말 손해를 감수하며 운영하고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잖습니까.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죠. 한때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굉장히 문제가 되었듯, 그런 형태이지 않을까 하고 저희로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요."
- 다만 나무위키 문제가 정치이슈화 돼버리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인식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사람을 가려 발생하지 않듯 나무위키 문제는 결국 정치 진영을 떠나 모두의 문제이니까요.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어찌 됐든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입법 활동 과정에서 토론을 거치면서 오해와 의심은 풀어질 것으로 봅니다.
나무위키 등재로 피해를 입었을 때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 판단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저희의 목표에요. 유명인의 경우 소위 자정작용이 가능하다 쳐도 저와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경우 잘못된 내용들이 유통되고 있어도 왜 그렇게 된 것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피해를 어떻게 보전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시면 저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 드렸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전검열이라든가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자거나 축소, 철폐하자는 게 아니라는 것, 제가 실무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경험해보니 적어도 최소한 사후적인 조치에 대한 장치는 꼭 필요하더라는 것을 많은 국민이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저희 주장의 핵심이고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