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하고 따뜻한 가족 코미디
영화 ‘대가족’
“자식에게 부모는 우주요, 부모에게 자식은 신이다” 영화 ‘대가족’ 속 큰스님의 대사다. 이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의미하며 동시에 자식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영화 ‘대가족’은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가족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가족으로서 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뭉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종로 한복판의 노른자위 땅, 고층빌딩 사이에 끼어있는 한옥집에서 만두 맛집 평만옥을 운영하고 있는 짠돌이 함무옥(김윤석 분)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서울 시내 빌딩을 몇 채를 가지고 있는 소문난 알부자이지만, 재산을 물려줄 핏줄이 없기 때문이다. 실향민인 함무옥에게 하나뿐인 아들 함문석(이승기 분)이 출가해 승려가 되면서 함씨 가문의 대가 끊겨버리게 되자, 조상 볼 면목이 없고 자기가 죽어도 제사상을 차려줄 사람이 없어 한숨만 늘어간다. 그러던 중 함문석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민국(김시우 분)과 민선(윤채나 분)이 함무옥 앞에 나타난다. 끊길 줄 알았던 가문의 대를 잇게 된 무옥은 난생 처음 맛보는 행복을 느끼고 문석은 승려가 되기 전 과거를 되짚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가족이다. 모든 사람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또한 일생을 종결하게 된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가족 계보를 중시하는 사회였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주의와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가족구조도 크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구조는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부계 중심이었지만 현대는 다양한 가족구조가 공존하기 때문에 결혼, 출산, 양육 등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이 해체되고 있다. 영화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고 친자녀를 대신해 입양으로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한 가족을 통해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도 되짚는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지금은 출가한 스님이지만 과거 의과대생이었던 함문석에게 어느날 갑자기 없었던 자녀들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문석은 문득 대학생 시절 불임부부를 위해 정자를 기증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양우석 감독은 실제 1980년대 정자 기증 사례를 참고해 이런 아이디어를 완성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가 된 이유는 비혼 및 무출산에도 원인이 있지만 난임과 불임같은 문제도 있다.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38만명이라는 국내 통계도 있다. 영화는 인구절벽에 빠진 우리나라에서 불임과 난임 문제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유쾌하고 가슴 뭉클하게 풀어냈다.
배우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재미와 감동을 그려내는 이야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깊은 맛을 더한다. 이승기는 맡은 역할을 위해 삭발을 감행하며 파격 변신을 꽤하는 동시에 함문석이라는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김윤석은 매순간 진지하고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츤데레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손주들을 향한 사랑과 방여사를 향한 고마움과 연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아역배우 김시우와 윤채나는 민국과 민선으로 분해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열연으로 작품의 몰입도와 눈물샘을 자극해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 코미디를 완성해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는 물론 저출산이 점점 무출산으로 이어지면서 국가소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저출산 문제는 결혼, 출산, 육아, 교육, 건강 등 모든 개인의 생활사와 연계되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욱, 문화까지 모든 부문이 연계된 통합적인 해결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화 ‘대가족’은 저출산과 무출산으로 인한 가족해체의 시기에 가족의 의미를 되짚고 가족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