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심장서 30년째 되새긴 '호암의 유산'

2025-07-23

“자유의 사명에 평생을 바친 인물의 이름을 딴 B C Lee(이병철) 강연 시리즈에 참석하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그의 유산은 권위주의에 맞서는 것이 단순히 정책적 입장이 아니라 도덕적 소명임을 상기시켜줍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제30회 ‘이병철 강의(B C Lee lecture)’에서 연사로 나선 존 물레나르 공화당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은 삼성의 후원을 받아 매년 7월 명사를 섭외해 중요 현안을 주제로 강의를 연다. 워싱턴DC 내 재단에 ‘이병철룸’까지 마련한 헤리티지재단은 1995년 강연을 시작해 올해로 30년째를 맞았다. 첫해에는 미국 외교의 굵직한 획을 그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연사로 나섰고 1998년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2004년에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2006년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연단에 섰다. 이어 2007년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2011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 경쟁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6선의 물레나르 의원은 이날 “지금이 역사상 키신저와 내가 같은 장소에 있는 유일한 순간일 것”이라고 농담을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행사장 입구에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초상화를 전시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100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해 자리를 꽉 메웠고 빈자리가 없어 일부는 뒤에 서서 강연을 경청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사회를 맡은 스티브 예이츠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우리의 첫 번째 이병철 강연은 1995년 키신저 전 장관이 당시 주요 지정학적 문제와 미중 및 미국과 아시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며 시작됐다”며 “해당 강연은 이후 강연을 이어온 정책 입안자들과 사상 리더들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정립해줬다”고 평가했다. 헤리티지재단 측도 “호암은 진정한 비전가였다”며 “그의 리더십을 통해 삼성이 한국의 경제 발전, 한국인의 웰빙, 상호 이익이 되는 한미 관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물레나르 의원은 “사람들이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 간 경쟁 등으로 접근하지만 이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며 “단순히 정책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을 검열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독재 정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자유로운 미국이 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우리 데이터와 자본을 이용해 우리 땅에서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려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위협이 나타나는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테크를 꼽았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제프 스미스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해야 할 첨단기술과 관련한 건강한 논쟁이 미국에서 진행 중”이라며 “강경파는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등에 매우 엄격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민간기업들은 중국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떤 반도체가 수출돼야 하고 어떤 것이 금지돼야 할까”라고 물음을 던진 뒤 “내 견해는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통제를 필요 이상 완화할 경우 미래에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재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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