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뒤를 쫓다 보면 엄마의 하루는 금세 지나가죠, 신혜원씨는 ‘엄마가 잘 먹어야 아이도 잘 키운다’는 생각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우거나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거창하고 복잡한 조리법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으로요. 미국 요리학교 CIA에서 배운 레시피와 호텔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담아낸 엄마의 쉽고 근사한 한 끼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멍게 세비체]

해산물을 생으로 바로 먹거나 뜨거운 물에 데쳐 먹을 때는 소스로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이죠. 물론 초고추장의 매콤하고 새콤한 맛은 해산물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줘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강렬한 초고추장의 맛은 간혹 원재료 고유의 맛을 모두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적절히 사용해야 해요.
오늘은 초여름을 앞두고 원재료 특유의 맛과 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시원하게 칠링한 화이트 와인, 하이볼이나 맥주와도 잘 어울릴 멍게 세비체를 준비해봤어요. 술과의 페어링 말고도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도, 퇴근 후 부담스럽지 않을 야식 메뉴로도 손색없어요.
세비체는 주로 생선으로 만드는데 오늘은 멍게를 활용했습니다. 멍게는 6월 초여름까지가 향과 맛이 가장 좋은 제철이라 하니,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멍게 한 점하며 입 안에서 은은히 퍼지는 단맛을 느껴보세요. 멍게를 생물로 사면 집에서 내장도 제거해야 하고 손질하는 과정이 꽤 번거로울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마트에서 살 때에는 보통 손질된 봉지 멍게에 손이 가게 되는데, 멍게 손질법은 간단해요. 먹기 직전에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채반에 받쳐 남은 물기를 빼 주면 손질은 끝나거든요.

멍게와 함께 결들일 소스로는 올리브유와 라임을 주 재료로 선택 했어요. 여기에 고수를 다져 넣으면 바로 중남미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세비체(ceviche)로 탈바꿈 하게 돼요. 세비체는 생선회를 얇게 썰어 레몬이나 라임즙을 더해 차갑게 먹는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이에요. 세비체에는 멍게 말고도 문어, 광어,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로도 대체할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하는 레시피에는 멍게만 사용했지만, 집에 남아 있는 방울토마토, 블랙 올리브, 오이 등을 잘게 썰어 함께 버무리면 더 풍성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데친 감자를 깍둑썰기해 넣거나, 삶은 파스타를 차게 식혀 넣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합니다. 간단하지만 재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데다, 해산물을 시원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멍게 세비체로 제철의 맛을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
Today`s Recipe 신혜원의 멍게 세비체

“세비체 스타일 소스는 해산물을 곁들인 요리에도 잘 어울리지만, 버섯이나 양파, 가지 등 여러 채소를 구운 뒤 소스와 함께 버무려 먹어도 좋고 나초 칩 위에 얹어 내어도 될 만큼 그 활용도가 높아요.”
재료 준비
재료 : 멍게 200g
세비체 소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라임즙 2.5큰술, 다진 고수 1큰술, 다진 양파 1큰술, 소금·후추 각 두 꼬집
만드는 법
1. 흐르는 물에 멍게를 살살 흔들어 간단히 세척한 후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한다.
2. 양파는 아주 얇게 슬라이스해 잘게 다지고, 고수는 잎만 뗀 뒤 잘게 다져둔다.
3. 작은 볼에 한입 크기로 썬 멍게, 라임즙, 다진 양파와 고수를 넣어 한 두 번 살짝 버무린 뒤 냉장고에 10~15분 정도 절여 둔다.
4. 접시에 올리고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를 위에 뿌려 차갑게 먹는다.
신혜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