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대한항공 '전자전항공기' 주도권 쥐나 … "기술력+경험+인프라+국산화 우위"

2025-09-11

KAI-한화시스템과 격돌

1.8조 규모... 우선협상자 선정 임박

KAI-LIG넥스원 20년 동맹 깨진 후 각개전투

향후 30~40년간 체계종합 주도권 쥘 수 있어

KAI 독식 미리 견제도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약 2조원에 달하는 전기전 항공기(Block-I) 체계 개발 사업 수주를 두고 국내 방산 업체들이 격돌했다. LIG넥스원이 체계종합 기업으로 첫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국내 고정익 특수목적기 사업을 독식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 개발사 지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마감하는 방위사업청의 1조7775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에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전자전기는 고출력 전자파를 활용해 적 통합방공망과 무선지휘통제체계를 무력화하는 전략 자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만이 보유한 희소 기술이다. 동맹국 간에도 기술 이전을 불허해 독자적인 전자전기 개발 및 기술 확보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업은 전자전 항공기를 처음부터 설계·제작하는 것이 아닌 민항기를 군용 장비로 개조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G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2034년까지 군용 전자전기로 개조해 4대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번 컨소시엄의 주관사는 KAI와 LIG넥스원이 맡았다. 양 컨소시엄에서 항공기 기체 개조는 KAI와 대한항공이 담당하며, 전자전 장비 개발은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주관한다.

그간 KAI가 기체를 제작하면 LIG넥스원이 내부 무기체계를 만들던 오랜 동맹 구도가 깨지고 LIG넥스원이 독자적인 체계종합 기업으로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체계종합 기업이 되면 향후 30~40여 년간 국내에서 이뤄질 유지·보수·정비(MRO)를 맡는 것은 물론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출에도 주도권을 갖게된다.

KAI는 전자전기 개발의 성패가 체계 통합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전자전기 내부에는 표적을 탐색·교란하는 고출력 레이더가 탑재되게 되는데, 항공 플랫폼이 전자전 장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차 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체계 종합 능력을 갖춘 곳은 자신들 뿐이라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민간 항공기를 개조하는 사업이지만 사실상 항공기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전자전 장비의 배치와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전자파 간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LIG넥스원의 전자전 역량과 관련해서는 "한화시스템과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으며, 동시 다발적으로 전파를 방해할 수 있는 역량인 광역 재밍(레이더 방해)은 한화시스템이 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LIG 넥스원은 전자전기 핵심 기능인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을 부각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항공기용 전자공격(ECM), 디지털 레이더경보수신기(RWR), 전자지원(ESM), 전자보호(EPM) 등 전자기전 전 분야를 아우르는 핵심 기술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의 지향성 전자공격 기술을 실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현대 전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여한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전자전 기술이 핵심”이라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핵심 기술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전자기전 역량만큼은 탁월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플랫폼으로서 체계 통합 역량 역시 파트너사인 대한항공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50여 년간 국내에서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양산·정비·성능개량을 수행하며 다양한 민항기 개조·제작 역량을 축적해왔다. 대한항공은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백두 1차 사업 등 유사한 사업을 수행했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방산 산업이 체계적 통합 위주로 재편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 플랫폼과 레이더·전자 장비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체계로 엮이는 사업 구조가 늘면서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체계 개발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러한 구도 속에 일각에선 KAI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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