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손무(孫武)

2024-09-02

전쟁이나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을 미리 알 순 없을까? 잘 알려진 병가(兵家) 저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지승(知勝)’ 부분에 지금도 참고할 가치가 넉넉한 기록이 나온다.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쪽이 승리한다. 상대와 비교해 자기 전력의 우세와 열세를 숙지하고 용병하는 쪽이 승리한다. 상하의 마음이 일치하는 쪽이 승리한다. 사려 깊게 준비한 후, 미리 대비하지 않은 상대와 겨루는 쪽이 승리한다.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는 간섭하지 않는 쪽이 승리한다.’

이번 사자성어는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앞의 두 글자 ‘지피’는 ‘상대방에 대해 안다’란 뜻이다. 뒤의 두 글자 ‘지기’는 ‘자신에 대해 안다’란 뜻이다. 이 둘이 합쳐져 ‘상대방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에 대해 모두 소상하게 파악하다’란 의미가 성립한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지피지기’는 ‘손자병법’ 모공(謨功)편의 이 구절에서 유래했다.

손자라는 경칭으로 더 익숙한 손무(孫武)는 제(齊)나라에서 태어났다. 생몰 연대를 확정할 순 없으나, 대략 공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손무가 성인이 된 이후 제나라에 내란이 발생하여 부친과 함께 각지를 떠돌았다. 이후 그는 남쪽 오(吳)나라로 건너가 운명적으로 오자서(伍子胥)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당시 오자서는 자신의 조국인 초(楚)나라를 향한 복수만을 꿈꾸며 훗날 오나라 왕이 될 합려(闔閭)를 보필하던 중이었다.

오자서를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눈 후, 손무는 오나라에 은거하며 ‘손자병법’ 총 13편 저술을 시작한다. 오자서가 합려에게 손무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나름 고품질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손자병법을 일독한 합려는 손무를 신뢰하고 중용하기 시작했다. 손무는 오자서와 함께 6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기원전 506년 초나라를 침공한다. 당연히 전쟁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회하는 전략으로 단숨에 초나라 수도를 점령한다. 드디어 오자서는 과거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자신의 부친과 친형의 복수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초나라 평왕(平王)의 무덤을 깨뜨리고 시신을 꺼내어 채찍질을 가하는 등 여러가지 과도한 분풀이를 했다. 파트너인 오자서가 전쟁 승리 후 보여준 이런 비이성적 태도에 손무는 크게 실망했다.

손무가 전쟁에 대해 노자처럼 소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쟁을 적극 옹호하거나 호전적인 사상을 전개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손자병법’에서 부전승(不戰勝) 등 가능하면 비폭력적인 수단으로 적을 제압할 것을 주장한다. 손무의 중립적 전쟁관과 천하를 호령하는 패자(覇者)가 되고자 하는 합려의 호전적 기질도 자주 부딪쳤다. 결국 손무는 은거하는 쪽을 선택한다. 전쟁 승리라는 큰 공을 세우고는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와 새벽 물안개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특히 경쟁과 위험에 늘 노출되게 마련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손자병법’은 요즘에도 기업 경영자들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손자병법’은 손무의 사상에 최적화(optimization) 기법 등 세련된 디테일이 하나로 잘 버무려져 있어 꽤 흥미롭다.

손무가 ‘손자병법’에서 ‘미리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내용이 추상적인 원칙들만은 아니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강조한 피아의 계책, 지형, 기동성 등은 매우 구체적이고 최신 상황으로 확인된 예민한 정보들이었다.

‘안다(知)’는 것은 과연 뭘까. ‘지부지상(知不知上), 부지지병(不知知病).’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최고 경지이고,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최악이다.’ 노자는 이렇게 양쪽 극단을 예시했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학문에 임하는 바른 자세를 예로 들어 중용(中庸)의 지혜를 설명했다. 문(文)과 무(武)가 서로를 관통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홍장호 황씨홍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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