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도 원주 출신이라고 한다. ㅁ 교수는 K 교수도 아는 여교수인데,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인세를 받아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K 교수는 ㅁ 교수의 책을 책방에서 사서 읽어 보았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0대 후반인 K 교수는 사실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 책은 30대인 ㅁ 교수가 20대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는데, K 교수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 있을 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정 환경 그리고 변화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서 “신세대는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 ㅁ 교수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자기중심적으로 길렀다”라고 주장한다. 곧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가족계획운동의 결과로 각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낳다 보니 부모의 관심과 돌봄이 한 아이에게 집중된다. 아이가 적다 보니 어느 가정이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을 과보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식사 준비를 할 때에 어른 중심으로 음식을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아이들 중심으로 반찬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 중심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으로 된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기성세대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옛날의 가치관을 가지고 신세대를 평가하다 보니 “요즘 신세대는 이해할 수 없다”라는 개탄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세대와 기성세대 사이 대화의 단절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사람은 어른인 기성세대라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서 변해야 할 쪽은 신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맞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불교에서는 연기법으로 설명하는데 연기법이란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소박한 진리다. 연기법으로 풀이하면 세대 간의 갈등에서 원인 제공자는 기성세대고 신세대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가치관은 기성세대가 조성한 가정환경, 양육방법, 교육환경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ㄹ 교수님은 ㅁ 교수가 쓴 책 읽어 보셨어요?”
“아니요, 신문의 신간 소개에서 제목만 보았지요.”
“제가 읽어 보니까, 아마도 40대 이상 대학교수들의 필독서인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어떤 내용인데요?”
“그러니까, 요즘 신세대를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면 한 권 사서 읽어 보겠습니다.”
그러자 ㅁ 교수가 K 교수에게 물었다.
“작년에 K 교수님이 낸 책은 좀 팔렸습니까?”
“초판을 2,000부 찍었는데, 출판사에 물어보니 아직도 다 안 팔렸다고 하네요.”

K 교수는 작년에 생애 처음으로 수필집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물구나무 서서 본다》를 펴냈다. 공대 교수가 수필집을 낸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사실 K 교수는 화학을 전공했는데, 미국 유학가서 환경공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K 교수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고3 수험생을 이과와 문과로 나누었다. K 교수는 이과 반이었고 글 쓰는 데에 별다른 재주는 없었다.
K 교수가 글 쓰는 공부를 따로 한 것은 아니다. 대학 다닐 때는 4년 동안 일기를 날마다 썼다. 학군단 10기 포병 장교로 전방에서 근무하는 2년 동안에도 매일 일기를 썼다. K 교수는 선천적으로 문과 기질이 약간 있었나 보다. 젊은 20대를 보내면서 6년 동안 일기를 쓴 것이 40대에 수필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었나 보다.
ㅁ 교수가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초판도 다 팔리지 않았다고요? 저도 한 권 사서 읽어 보았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전달하려는 내용이 있던데.”
“요즘에는 내용이 없어야 책이 잘 팔린답니다.”
“내용이 없어야 책이 잘 팔린다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