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선물 받았죠” 허훈 품은 이상민 KCC 감독, ‘행복한 부담’에 함박웃음

2025-05-29

5월의 크리스마스일까. 이보다 더 완벽한 선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정 KCC의 제6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상민 신임 감독의 ‘취임 선물’ 얘기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이자 현시점 한국농구연맹(KB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허훈을 영입하면서 한층 강력해진 팀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KCC는 29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서 허훈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친형인 허웅과 이 감독이 함께 자리를 빛낸 가운데 특히 수장은 연일 웃음꽃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력보강이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허훈은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리그 대표 가드로 우뚝 섰다. FA 자격을 얻은 이번 에어컨리그,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치열한 경쟁 속 그의 손을 잡은 건 KCC다.

이 감독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현역 시절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으로 신출귀몰한 면모를 선보였던 그다. 그렇기에 허훈의 합류가 반갑다. “코트 위에선 가드가 지휘자고, 또 감독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팀의 부족했던 조직력을 보완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VP 선수들이 즐비한 슈퍼팀 KCC의 키워드는 ‘건강함’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허훈 역시 “나 또한 최근 몇 시즌 부상으로 전력이탈하기도 했다. 선수라면 당연히 한 시즌을 다 뛰고 싶은 마음이다.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 다같이 다치는 일 없도록 조금씩 양보하고, 출전 시간도 나눠서 한다면 모두가 부담이 없을 것이다. 부상 없이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심전심이다. 이 감독도 “KCC는 늘 슬로우스타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올해만큼은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면서 “100%는 아니더라도, 매 경기 90% 수준의 기량을 꾸준히 끌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타 선수들의 출전 시간 분배 문제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예정이다.

내부 구상도 바삐 돌아간다. 이 감독은 “국내 선수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면, 이제는 외국선수와 아시아쿼터 영입에 집중할 시점”이라며 “(허)훈이 오기 전부터 살펴본 용병 후보들을 다시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호 선수 명단과 관련해선 깊은 고민을 이어간다.

허훈의 전 소속팀 KT가 보상선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A 규정상 새로 영입된 허훈을 포함, 보호선수로 묶을 수 있는 인원은 4명뿐이다. 허웅과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등 가운데 한 명은 묶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도자 인생 두 번째 장을 여는 이 감독이다. 취임 직후 거듭 “마지막 기회”라며 각오를 되새긴 바 있다. 시작은 더할나위 없이 좋다. 허훈의 영입과 함께 출발선에 선 것. 허훈의 합류에는 구단 수뇌부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정몽진 KCC 회장이 ‘프로스포츠 구단이 우승하려면 투자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힘을 크게 실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 또한 고개를 끄덕인 대목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훈 영입에) 욕심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보강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살이 많이 빠졌을 정도”라며 “위에서 ‘영입해’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편했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웃었다. 이어 “좋은 선수들을 모아주셨으니 이제 내 역할이 크다. 행복한 부담이라고 생각하며 선수들과 함께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논현동=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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