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일자무식이라 원전밖에 모르는가?

2024-09-26

한국이 체코와 원전 수출에 우선 협력 대상이 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다. 체코의 원전 수주는 과거 아랍에미리트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도 법적인 분쟁으로 로열티 등으로 약 10%를 웨스팅하우스사에 지급해야 했으며 당시 계약이 수출을 성사하는 것에만 치중해 실익을 챙기는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체코 원전 계약도 공사비 약 9조3000억 원에 기자재 60% 이상 현지 조달, 체코의 엄격한 노동시간과 규제 등에 의한 공사 지연, 여기에 웨스팅하우스사의 법적 분쟁까지 고려하면 체코 원전 수출이 정부가 홍보하는 만큼의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과 감사원 원장이었던 최재형이 있었다. 이들은 절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정부기관의 수장임에도 직업적 소명을 버리고 바로 정치를 하는 바람에 검사와 감사원을 정치로 끌어들여 그 위상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들이 정치를 한 명분에는 바로 월성원전 조기 폐쇄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있었다. 원전 중심적 인식은 아마도 이때부터 생겨난 것으로 의심된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대계에 의한 수립이 아니라 전 정부에 대한 반대로 시작했다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능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윤 정부 출범하고 감사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을 감사하고 검사가 수사했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수사와 인식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목적이 원전에 개입돼 원전을 추진할 때마다 지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국가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그동안의 윤 정부 행태를 미뤄 짐작하면 체코 원전 계약은 실익이 없더라도 추진해 한국을 원전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비뚤어진 의도가 보인다.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국가 경쟁력 후퇴 심각

윤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과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과 핵폐기물의 과잉을 차치하더라도, 세계가 RE100에 맞춰 기업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신재생에너지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중대한 시기에 윤 정부의 과거 회귀는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한국 산업은 수출 위주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2년 기준 300개 기업 중 30%가 RE100 이행을 요구받았으며 구체적 계획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은 이미 해외 공장을 모두 RE100으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수출로 방문한 체코에서도 현지 현대자동차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완료했다고 하니 이런 역설이 있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이 제품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한국은 대통령의 고집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고 국내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이용은 7%에 불과하다. 이 또한 RE100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린 프리미엄”이 대부분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대로 원전 중심 정책으로 가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기술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국내의 기업들은 공장 확장을 해외로 이전하게 되고 생산기지로서 한국은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사고만 치고 대책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해온 일들을 보면 국가 정책의 장기적 전망과 준비를 단단히 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의대 2000명 증원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정비할 것이며 의대 교육 계획도 없이 총선 때 툭 나온 2000은 현재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러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에 급급하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도 똑같다. 이미 세계는 RE100으로 정리돼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는 느닷없이 CF(ca rbon free)를 들고나왔는데, 이는 윤 정부의 원전 확장 정책을 위한 도구일 뿐으로 세계가 채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을 이용해 마치 RE와 CF가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것처럼 꾸미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다가 한국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원전을 지어놓고 세계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CF로 풀겠다니,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윤 정부의 원전 정책은 가까운 미래에 의료대란의 데자뷔가 될 것이다. 사고만 쳐놓고 대책은 없는 그런 무능한 정부. 3년도 너무 길다.

안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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