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사건 영상자료 외부에 제공할 땐 당사자 동의 받아야”

2025-06-02

피해자 “동의 없이 언론 배포됐다” 진정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판단

“신원 유추할 수 있는 정보 포함 말아야”

경찰이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영상을 외부에 제공할 때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5월18일 경찰청장에게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피해자와 참고인 등의 영상을 제공할 경우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인권위는 경찰이 언론에 수사 사건 영상을 제공할 때 사건 관계인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이번 권고는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자인 A씨가 “사건 관련 영상자료가 자신의 동의 없이 언론에 배포됐다”며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딸이 납치됐으며 살리고 싶으면 현금과 골드바를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금은방에서 골드바를 구입하는 등의 사기를 당했다. 피의자를 체포한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후 언론에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채 A씨 등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해 영상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 영상을 통해 A씨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A씨에게 한 지인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했냐’며 안부를 묻자 A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가 경찰청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면서 이 영상은 언론 보도에서 삭제됐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피진정기관인 경찰청은 “공보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개인정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며 “진정인의 민원 제기에 영상을 삭제했다.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비록 모자이크 처리가 이루어졌더라도 사건 관계인의 신원을 충분히 알 수 있거나 유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상이 공개됐다”며 “진정인의 동의를 사전에 얻지 않은 것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