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 가족 고객 대상 ‘패밀리오피스’ 주력
보유 자산만 ‘수조원대’···토탈서비스 제공
유명 프로골퍼와 라운딩을 다니거나 셀럽(유명인사)을 만나고, 자산은 전문가가 운용해주고, 가업을 어떻게 승계할지 참모와 상담하는 A씨.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재벌’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제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고객이라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패밀리오피스’는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가를 사로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과거엔 증권사가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단순한 자산관리(WM) 서비스만 제공했다면, 이젠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주면서 경영과 상속, 문화생활,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초고액자산가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우다보니 증권사가 초청하거나 자산이 일정규모를 넘는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 자산 요건은 증권사마다 백 억원대에서 천 억원대로 다양하고, 대형 증권사의 경우 패밀리오피스에 가입한 사람의 전체 자산만 수 십조원에 달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의 예탁자산은 30조원, 가족당 평균 자산은 3000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0일 “보유자산이 1조원이 넘는 가문도 당연히 있고, 은행 등 타사 거래규모와 부동산까지 합치면 실보유 자산은 수조원 대를 넘기는 가문이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패밀리오피스를 이용한다고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증권사가 패밀리오피스에 주력하는 것은 초고액 자산가가 굴리는 돈이 워낙 크다보니, 거래수수료를 포함해 리테일(소매금융)에서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나 회사의 핵심 프라이빗 뱅커(PB)를 패밀리오피스에 배치해 자산관리를 돕는 것은 기본이고, 증권사와 공동투자에 나서거나 전용상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문화생활도 지원한다. 가령 오페라에 특별초청하거나 유명골퍼의 레슨 기회를 제공하고 석학과 전문가의 역사·명품·미술 관련 교양 강좌·세미나를 주선하는 것이다.
소유 법인(기업)의 경영 코칭도 해준다. NH투자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고객이 소유한 법인에 한정해 인사·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승계나 사업 매각시 컨설팅 전담팀을 배정해준다. 재단 설립을 지원하거나 기부 방법을 설계해주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대신 계획해준다. 이 같은 서비스가 초고액 자산가의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달 24일 기준 NH투자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가입 고객 수와 총자산은 전년 대비 각각 116%, 155%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 고객별로 전담 위원회를 둬 유언장 작성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자녀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구성해 세무·부동산·경제·투자 강의도 진행해준다. 추후 가업 승계와 자산 운용을 위한 ‘조기 금융교육’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해외 소재 법인을 통해 고객 가족의 해외이민·유학을 돕는가 하면 같은 패밀리오피스에 있는 가족 간의 친목 형성에 나서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족끼리의 ‘중매’도 종종 이뤄진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캐시카우’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장기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시행하기 어려워졌고, 기업공개(IPO)도 당국이 주관사인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점포를 줄이는 와중에도 신규 패밀리오피스 전용 센터를 개장하거나, 법무법인 등 다양한 외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통IB(기업금융)는 괜찮지만, 부동산이 살아나지 않고 IPO 시장이 시들시들해 패밀리오피스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