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궁궐 같은 살림집"이라고 치켜세웠던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아파트가 완공 10년 만에 안전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4일 북한 나선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이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붕괴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미래과학자거리의 상징적 건물로,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중심부에 처음으로 조성된 주택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파트 외벽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시멘트 마감재와 타일이 탈락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2014년 평양에서 발생한 23층 아파트 붕괴 사고를 연상하며 공포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2~3년 전부터 타일 탈락 사례가 보고됐으며, 최근에는 벽체 균열 제보가 증가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올겨울 혹한으로 인한 외벽 동결과 해빙 과정에서 구조적 손상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평양 당국은 현재 5만 세대 주택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기존 건물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속도전' 방식의 부실 공사를 지적한다. 이 아파트는 전문 건설기업이 아닌 군 인력을 동원해 불과 9개월 만에 완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를 '최고 수준의 주택 단지'로 선전해왔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명명하고 극찬했던 곳이다. 특히 53층 건물 최상부에 설치된 지구와 위성 형상의 장식물을 북한 건축의 자랑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도전식 건설 방식과 부실한 자재 품질 관리는 지속적인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외형적 성과에 치중하는 건설 정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