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안보가 결합되는 세계적 흐름 읽어야

2025-10-2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을 방산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앞서 국군의날 기념사에선 인공지능(AI)·드론·로봇 등 첨단 무기체계 도입과 방위산업 육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국방·안보 분야에서 AI 기술의 중요성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러·우전쟁에서 드론과 정찰 시스템은 AI 기반 영상 분석으로 목표를 식별하고 좌표를 산출하며 포격 정밀도를 높였다.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는 육·해·공군을 넘어 사이버와 우주 영역까지 포괄하는 다차원 공간 네트워크에 AI와 자동화, 예측 분석을 접목하고 있다.

국방·안보 분야 AI 기술 영향 커

AI로 신속한 위협 포착 중요해져

과감한 규제 혁신과 민관 협력을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안보 AI’에 관한 논의가 대체로 물리적 전선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성과 포연이 가득한 전장만 상정한 채 AI를 ‘무기 체계 운용을 보완하는 도구’ 정도로 규정하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현실의 위협은 이미 그런 수준과 범위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전장은 이제 눈에 보이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하지 않는다. 다크웹(Dark Web)과 텔레그램 등 사이버 공간의 히든 채널들은 초국가적 위험을 만드는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유로폴(Europol·유럽 형사경찰기구)은 세계 최대 다크웹 마켓 ‘알파베이’와 ‘한사 마켓’을 폐쇄했다. 이로써 다크웹이 총기와 폭발물 거래의 실질적 통로임을 보여줬다. 2023년 미국 공군 주방위군 소속 병사 잭 테세이라는 국방부 기밀 문건 수백 건을 디스코드 서버에 유출했고, 자료는 순식간에 텔레그램과 포챈(4chan) 등으로 확산했다. 히든 채널이 단순히 검색에 걸리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치명적 안보 사각지대가 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AI가 위세를 떨치는 21세기의 전선은 첨단 탱크와 미사일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됐다. 국가의 안보 대응 역량은 이제 더 이상 무기 성능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위협 신호를 얼마나 신속히 포착하고 이를 물리적인 도메인(인터넷사이트 주소)과 결합해 분석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사이버 도메인의 안보 위협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도메인과 결합해 종합적인 징후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AI 기술 역량이 현대전의 방패이자 무기가 될 것임을 JADC2는 생생히 보여준다.

한국의 규제 환경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다. 특히 여러 데이터와 결합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안보 관련 공공 데이터는 보안을 이유로 민간과의 공유가 극히 제한되고 있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새로운 안보 위협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앞서 나가기 위한 유연한 제도적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만 따지다 활용 못해서 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되겠나.

국제사회의 치열한 안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더 과감한 규제 혁신과 적극적인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 통합 분석의 효용을 함께 실험·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국가적 대응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과 FBI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테러 등 각종 위협 조짐을 선제적으로 탐지한다.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는 자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 등 중소기업 및 학계와 개방형 협력 모델을 구축해 AI·데이터 분석을 국방 분야 의사결정에 적용한다. 이처럼 정부기관의 첩보 수집 및 수사 역량, 전략적 의사결정 능력에 민간의 데이터 분석 AI 기술이 결합하며 보이지 않는 전장의 위협 탐지와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안보 AI의 미래는 단순히 물리적 전력을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얼마나 정밀하고 신속하게 위협을 포착·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규제 혁신과 민·관 협력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국가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할 토대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상덕 에스투더블유(S2W) 대표·전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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