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빵야’로 남긴 깊은 울림, 잊히지 않는 비극의 파편 [D:PICK]

2024-09-14

박성훈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3개월 간의 장정을 마쳤다. 무대 위에서 박성훈이 펼쳐낸 '빵야'는 그저 연기가 아닌, 시간이 흘러도 녹슬지 않는 기억의 파편처럼 깊이 스며들었다.

박성훈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작품 '빵야'는 단순히 총을 의인화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그의 연기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아픔이었다가 나라의 비극이기도 하다.

'빵야'는 1945년 인천 조병창에서 만들어진 장총이 주인공이다. 일본 관동군, 국군 학도병, 인민군 등의 손을 거치며 지금은 드라마 세트장 창고 한 켠에 놓은 소품이 된 빵야는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다. 그래서 박성훈이 연기한 빵야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시대를 증언하는 존재다. 박성훈은 무대에서 이 소총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비극을 끄집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빵야'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조명한다. 드라마 작가 나나가 이 총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 하지만, 자본과 시청률의 논리에 밀려 점차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가는 모습을 통해, 현재 사회의 모습까지 반추시킨다.

연극의 마지막에서 빵야는 고백한다. 그는 본래 악기가 되기를 원했었다고. 전쟁과 폭력이 아닌, 음악으로 세상을 울리고 싶었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꿈은 좌절됐다. 박성훈은 이 장면에서 감정의 고조를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내며 끝까지 관객들의 감정을 쥐고 흔든다.

연극의 서사는 1945년부터 현재까지 각기 다른 총의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엮었다. 여러 주인들이 총을 통해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고, 목격하는 빵야의 모습을 박성훈은 탁월한 섬세함으로 풀어냈다. 빵야는 폭력의 도구가 아니라, 전쟁과 억압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들과 함께 시대의 아픔을 목격하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성훈은 감정의 깊이를 더하고 흐름을 조절, 리듬을 잡아나간다.

무엇보다 박성훈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의 긴밀한 연결성을 극대화하며, 매 순간 자신의 감정과 캐릭터의 변화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옥탑방 고양이', '히스토리 보이즈', '모범생들', '유도소년' 등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으며 스펙트럼을 넓혔고, 드라마 '쓰리 데이즈', '육룡이 나르샤', '질투의 화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저스티스 등에 출연하며 점차 본인만의 연기 색깔을 드러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잡는다는 말은 박성훈을 위한 문장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tvN '눈물의 여왕'을 통해 차근차근 쌓아온 자신의 연기력과 경험을 여과없이 쏟아내며 '인생작'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번 '빵야'를 통해 연극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드러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더 글로리', '눈물의 여왕'에서의 강렬했던 연기와는 또 다른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그가 왜 여전히 주목받는 배우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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