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이것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으며 미국인들과 그들의 삶의 경험에 대한 모욕입니다."
미국 최대 민간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서 총격 살해한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니는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블레어 카운티 법원에서 인도 심문을 앞두고 기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 보험업계에 대한 비난으로 읽힌다.
맨지오니는 지난 4일 맨해튼 미드타운 힐튼호텔 앞에서 건물로 향하던 톰슨 CEO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곧장 현장에서 도주한 맨지오니는 사건 5일 만인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앨투너의 한 맥도널드에서 시민의 제보로 체포됐다.
미국에서는 그의 범행 동기와 배경이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톰슨 CEO가 총을 맞고 쓰러진 자리에는 '거부하라, 방어하라, 물러나게 하라(deny, defend, depose)'라고 써진 총탄이 떨어져 있었다.
맨지오니가 보험사의 횡포에 불만을 품고 유나이티드 CEO를 살해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의료 보험 체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막대한 의료 보험료 부담에 비해 혜택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의료 정책 리서치 회사인 KFF에 따르면 올해 한 가계당 평균 의료 보험료는 연 2만5572달러로 1년 전보다 6% 인상됐다. 지난 2000년 이후 보험료 상승은 대부분 인플레이션율을 웃도는 오름세를 보여왔다. CBS 뉴스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5건의 청구 중 1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생인 맨지오니는 만성적인 허리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프로필 배경은 나사와 판이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 하부 허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찰을 인용해 맨지오니가 자신을 보험 업계의 부패와 싸우는 영웅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NYT가 확보한 초기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맨지오니는 자신을 "기생충 같은" 의료 보험 산업과 싸운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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