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짝퉁이 테슬라 넘본다…‘신의 눈’ 달고나온 中슈퍼카

2025-02-24

총 길이 3.77㎞의 중국 후난성 주저우(Zhuzhou) 국제 서킷을 검붉은 수퍼카가 시속 300㎞ 속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불에 타는 듯한 새빨간 색상에 매끈한 유선형의 매혹적인 차량이다. 이 서킷 최단 랩타임(lap time) 기록을 가진 페라리 488 GT3일까. 3.8리터(L) V8 엔진의 우렁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단언컨대 488 GT3는 아니다.

그런데 가만. 운전석에 아무도 없다. 검은색 핸들이 저절로 회전하며 열네 군데의 코너를 자유롭게 돈다. 이 차량 앞 표지판에 붙은 이름은 ‘U9’.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수퍼카 브랜드 ‘양왕(仰望)’의 전기 수퍼카다. 최고속도 391㎞의 U9은 자율주행은 물론, 바퀴와 지면 간격을 조정하고 짧은 수직 점프까지 할 수 있는 중국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다.

BYD는 지난 10일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에서 열린 스마트전략발표회에서 U9의 주저우 국제서킷 자율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의 생성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중국명 天神之眼, 영문명 D-파일럿)으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따라잡겠다는 포부였다. 창업자인 왕촨푸(王傳福) BY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렇게 외쳤다. “‘전민지가(全民智駕)’, 전 국민이 지혜로운 운전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중국의 기술굴기(技術崛起)가 매섭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에 진출했던 2002년만 해도 중국은 폭스바겐 같은 독일차 기술을 빌리지 않고는 자체 생산이 불가능했다. 당시 BYD는 값싼 휴대폰 배터리를 모토로라, 노키아에 공급하는 회사였다. 22년이 흐른 지난해 BYD는 전 세계에서 427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글로벌 6위 자동차 기업으로 변신했다. BYD의 초고속 성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계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중국 전기차의 대표선수 격인 BYD를 파헤쳐 본다.

1. 토요타 카피캣의 변신

BYD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BYD는 도산 위기에 빠진 자동차 국영기업 ‘시안친촨자동차회사(西安秦川汽车)’의 지분 77%를 2억7000만 위안(530억원)에 인수해 ‘BYD자동차회사’를 설립한다.

하지만 정작 기술이 없었다. 왕촨푸 회장은 상기의정자동차의 총괄 엔지니어 렌위보 등 유명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했고 2억 위안(395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다. 그렇게 나온 게 신차 ‘316’. 하지만 촌스러운 디자인 탓에 시제품엔 혹평이 쏟아졌다. 왕 회장은 결국 출시를 포기했다.

그러다 우회로로 찾은 것이 ‘카피캣(copycat)’ 전략이다. 토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를 들여와 차체, 엔진, 전장을 하나씩 뜯어보고 철저하게 베꼈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반자동 생산설비를 구축, 원가도 낮췄다. 이렇게 2005년 9월 출시된 차가 코롤라와 빼닮은 내연기관차 ‘F3’다. 중국은 물론 북한, 이집트 등에서 택시로 많이 쓰이는 바로 그 차다. 코롤라의 60~70% 가격에 비슷한 성능까지 갖추자 중국에서 단기간에 ‘베스트셀링카’가 됐고 BYD 자동차를 중국 안팎에 알린 계기가 된다.

하지만 BYD가 내연기관 자동차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같은 전통적 강자를 따라잡긴 어려웠다. 그래서 BYD는 다른 길을 택했다. 전기차 개발이다. 2008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인 F3 DM을, 2011년 순수전기차(BEV) E6를 각각 출시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2008년 BYD 전기차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분 10%를 2억2300만 달러(3200억원)에 매입했다. 약점인 디자인도 자본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BYD는 2016년 아우디 디자인 총괄 볼프강 에거를 영입하며 디자인 혁신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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