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 비밀정보국(MI6)의 신임 국장인 블레이즈 메트러웰리의 첫 공개 연설과 관련해 향후 MI6 운영 기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BBC와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메트러웰리 국장은 이날 런던에 있는 MI6 본부에서 “전선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며 “우리는 현재 평화와 전쟁 사이의 공간에서 작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리처드 무어 전 국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이후 공개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리티코는 이날 연설이 서방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호 연결된 위협의 물결을 강조하며 직무에 독자적인 색깔을 입히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설 전반에서는 대서양 동맹 질서의 변화와 허위정보 확산 문제가 두드러지게 언급됐지만 수십 년간 영국 정보 협력의 핵심축이었던 미국과의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이는 영국 정보 체계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미·영 정보 협력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대신 메트러웰리 국장은 “새로운 블록과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으며 동맹이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영국 정보기관이 기존 양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다자적 관계 구축 필요성을 공식 인정한 신호로 읽힌다.
위협 평가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언급이 강도 높게 이어졌다. 메트러웰리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며 “푸틴이 이런 계산법을 바꿀 수밖에 없을 때까지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영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성향을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는 “이번 세기에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라는 비교적 완화된 표현으로 묘사됐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이번 연설에서 암묵적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중국을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이며 수정주의적인” 러시아와 같은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메트러웰리 국장은 허위정보와 기술 변화가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부 알고리즘은 국가만큼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엑스와 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초개인화된 기술이 새로운 갈등과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MI6 역시 이러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메트러웰리 국장은 “내 기관(my service)”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이는 48세의 나이에 MI6 수장의 상징인 ‘녹색 잉크 펜’을 물려받은 이후 조직에 자신의 리더십과 방향성을 분명히 각인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성으로는 처음 MI6 국장에 오른 메트러웰리는 26년간 MI6와 국내 담당 보안국(MI5)에서 활동해 왔으며, 국장 취임 전에는 MI6 내 기술 분야를 총괄했다. 첫 공개 연설을 통해 그는 전통적 정보 위협뿐 아니라 기술과 허위정보가 결합한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MI6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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