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식당 '단아'서 팝업 진행
저탄소 축산물로 11종 코스 요리 선봬
소비자 "같은 한우라도 더 특별해" 호평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저탄소 인증 한우'가 코스 요리로 재탄생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다. 육회와 초밥, 육전, 솥밥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한우 요리는 고기의 풍미와 함께 친환경 축산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했다.
이는 단순한 시식 행사가 아니라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맛'으로 체험되는 자리로 마련됐다. 소비자들은 코스 요리 한 점마다 담긴 농가의 노력과 정책적 의미를 되새기며 저탄소 축산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감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한식당 '단아'에서 저탄소 인증 한우 팝업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저탄소 축산물과 인증 제도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

저탄소 축산물은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탄소감축 기술을 도입해 평균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0% 이상 줄인 농장에서 나온 고기와 우유 등을 말한다. 2023년 한우(거세)부터 시작해 2024년 돼지·젖소까지 인증 품목이 확대됐고, 올해는 젖소 저지종까지 포함됐다. 인증을 받으려면 깨끗한 농장 사전 인증과 일정 규모 이상 사육·출하, 탄소감축 기술 적용, 온실가스 산정 결과 10% 이상 감축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 제도를 통해 농가의 자발적인 감축 노력을 끌어내고,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가치를 담은 '착한 소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저탄소 축산물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학교급식까지 유통망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홍성군의 '내일한돈'처럼 지역 브랜드로 자리잡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이런 제도가 어떻게 '맛'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첫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고기를 먹는 자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축산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식탁으로 마련됐다.

팝업은 총 11코스로 구성됐다. 시작은 담백한 버섯 계란찜. 부드러운 계란에 표고버섯 향이 은은히 배어 입맛을 깨웠다. 이어서 나온 한우 육회는 선홍색 빛깔에서 그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깔끔하게 썰어낸 사시미 3종이 곁들여져 마치 고급 일식 요리를 맛보는 듯했다.
중반부로 갈수록 한우의 진가가 드러났다. 안심구이 초밥은 한입 크기로 올라온 고기의 육즙이 밥알과 어우러지며 육향의 파도가 치는 듯 깊은 풍미를 일으켰고, 부채살 육전은 바삭하게 구운 전의 고소함과 고기의 감칠맛이 겹겹이 퍼졌다.
특히 인기 메뉴는 등심구이와 제철 나물 장아찌. 담백한 고기 위에 올려진 장아찌의 새콤한 맛이 균형을 이루며 한우의 무게감을 잡아줬다. 여름철 별미로 준비된 아롱사태 냉채는 차갑게 식힌 고기와 산뜻한 소스가 어울려 입 안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코스 후반부에는 포만감을 채워주는 메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갈비살 솥밥은 돌솥 뚜껑을 열자마자 퍼져 나오는 구수한 향이 먼저 입맛을 끌어당겼다. 솥밥의 고슬고슬한 밥알 사이사이에 박힌 고기와 은근한 불맛은 단연 식사 자리의 하이라이트였다. 뒤이어 나온 사골 만두국은 맑고 깊은 국물 맛으로 입안을 감싸안으며 한식 특유의 포근함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은 저탄소 인증 요거트와 매실차. 느끼할 수 있는 한우 코스의 끝을 산뜻하게 마무리해 줬다. 코스 요리 자체가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탄소 인증'이란 의미까지 더해져 만족감이 배가 되는 식사였다.

이날 현장에는 지속 가능한 축산을 고민하는 농가와 학계, 정부, 소비자 등이 모여 친환경 가치와 미식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이들은 농장 관리 방법과 정책의 한계점,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사안들을 논의했으나 현장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건 결국 '맛'이었다. 식탁에 오른 훌륭한 한우 요리들은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게 저탄소 축산의 의미를 전했다.
이날 팝업 행사에 방문한 한 손님은 "평소 먹는 한우와 맛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길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고기라도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며 "맛있는 한우 요리를 맛볼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동참한다는 뿌듯함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축평원은 저탄소 축산물 인증 제도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유통망을 백화점과 마트, 학교 급식에서 외식업체·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인증 농가에 대한 컨설팅과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소비'의 경험을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와 체험 프로그램을 이어갈 방침이다.
박병홍 축평원 원장은 "저탄소 축산물은 농가의 노력과 소비자의 선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치소비 모델"이라며 "앞으로 인증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친환경 축산물을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