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한 지 2년 만에 회사를 위기 속에서 구해냈다. 박 대표는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 악화 극복이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부회장) 임기는 오는 12월8일 만료된다. 박 대표 거취는 이르면 이달 말 진행될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발 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겪었다. 당시 PF 우발채무가 6조9000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자 박 부회장이 롯데건설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 대표는 그룹 내 대표 '재무통'으로 통한다. 그는 1960년생으로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롯데그룹에서만 근무한 '롯데맨'이다. 입사 후 기획, 개발, 감사 업무를 담당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1999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롯데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겨 조정실장, 운영실 운영팀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았다.
2015년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롯데물산 대표를 거치며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9년부터 2022년 롯데건설 대표로 부임하기 전까지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핵심 부서인 경영개선실 실장을 맡아 계열사 재산 상태를 감사하며 재무감각을 키웠다.
박 대표가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외부 자금 수혈이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그룹계열사로부터 1조원가량을 긴급 차입했으나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외부에서의 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박 대표는 취임 한 달여만인 2023년 초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 장기매입 펀드를 조성하며 급한 불을 껐다. 또 올해 초 2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샬롯' 펀드를 조성하면서 재무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롯데건설의 재무상황은 크게 안정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4조9억원, 영업이익 1112억원, 순이익 194억원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3조671억원과 비교하면 30%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06억원보다 0.5% 오르는 등 개선되는 모양새다.
롯데건설의 부채도 개선됐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총계를 보면 지난해 말보다 약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부채총계는 5조4588억만원으로 지난해 말 6조2157억원 대비 12.2%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부채 비율은 205%로 1분기 215%보다 10%포인트(p)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35%였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대표는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남다른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를 정성화 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 다만 국내 부동산시장 경기침체에 PF 부실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롯데건설도 적지 않게 언급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해외건설부문 신규수주 실적이 주춤한 것도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올해 롯데건설의 해외계약액은 마이너스(-) 4614만달러로 순위권밖에 머물러있다.
또 신사업 등 수익다각화 기반도 박 대표의 현안이다.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도 아직 실증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수익 발생까진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박 대표 취임 이후 경영효율화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사업정상화 및 조기사업화를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구축했다"면서 "우발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냈다. 튼튼해진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UAM, AI 등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