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기를 펼쳐 든 비전향장기수 안학섭(95)씨가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하다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민중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연 뒤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다. 안씨는 건강 문제로 차량에 탑승해 대열과 함께 이동했다.
안씨는 차량에서 내려 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대표 등과 함께 걸어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에서 사전 허가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경고와 제지를 받았다.
민간인통제선인 통일대교부터는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 특히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진입할 수 있다. 무단 진입 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약 10분 만에 되돌아오기 시작한 안씨는 인공기를 펼쳐 들었다. 그는 건강을 이유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씨는 이날 집회에서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6·25전쟁 때 북한군에 입대했다. 이후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42년간 복역한 뒤 1995년 출소했다. 그는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비전향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당시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거부했다.
앞서 안씨 송환추진단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네바협약에 따라 안씨를 판문점을 통해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18일 안씨를 비롯해 양원진(96), 박수분(94), 양희철(91), 김영식(91), 이광근(80)씨 등 생존 비전향장기수 6명으로부터 최근 북송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은 2000년 1차 송환 이후 25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