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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중소 규모로 키우는 농가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구제역 방역관리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우·돼지·젖소 사육농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염소에도 소·돼지처럼 축산물이력제를 도입해 방역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우리 같은 한우농가는 생업이고 염소는 일부농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업 삼아 기르거든요. 그런데 이 염소 때문에 우리 소가 구제역에 걸린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요.”
경기 A시에서 소 60마리를 키우는 이모씨(61)는 “대부분 염소농가가 영세하다 보니 구제역 방역이 허술한 편”이라면서 “해당 농가에 ‘반드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라’고 당부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씨의 한우농장과 인근 염소농장 간 거리는 성인 기준 서른 걸음 남짓으로 채 50m도 되지 않아 보였다. A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 지역 염소농장은 모두 68곳. 이 가운데 10마리 미만을 키우는 곳이 23농가로 3분의 1이 넘는다.
인근의 한 낙농가는 “농가 반경 200m 안에 소규모로 염소를 키우는 귀농·귀촌인이 부쩍 늘었다”며 “질병이 걸린 염소는 인근 야산에 몰래 버리는 일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A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 예방약 등 지원사업’에 따라 염소도 구제역 일제 접종을 하기 때문에 농가들의 우려가 다소 과도하다”면서 “백신항체양성률이 낮게 나오는 농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받으니 농가 스스로 방역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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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염소 구제역 방역체계엔 허점이 많다고 농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씨는 “지방자치단체에 염소 사육을 신고하지 않은 농가가 꽤 있을뿐더러 시에서 백신을 무료로 나눠줘도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농가는 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소·돼지를 포함한 우제류 농가의 구제역 걱정이 커지는 이유는 염소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염소 산업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2018년 595억원에서 2021년 1775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사육마릿수 역시 2015년 28만4000마리에서 2021년 44만3000마리로 1.5배 늘었다. 더욱이 2027년 2월7일부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면 염소 산업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염소가 특수가축에서 주요가축으로 자리매김해가는 만큼 이에 맞게 관련 방역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축과원 관계자는 “2021년 기준 사육농가수만 보면 염소는 한우에 이어 두번째로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낮은 생산성과 높은 질병발생률을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A시에서 활동하는 한 공수의사는 “가뜩이나 지역 수의 인력이 부족한 마당에 염소를 전담하는 수의사는 시·군에 1명 있을까 말까 한다”면서 “염소를 축산물이력제 안에서 관리해 구제역을 포함한 가축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방역의 효율성,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 측면에서 염소를 축산물이력제에 포함하는 방안이 내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