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도 수도권 쏠림 심화, 지역할당 어렵다면 정원외 선발을""지역할당은 진보, 보수 개념 아냐…최소한 서울대라도 시행해야"김영오 신임 학장 인터뷰…"의대 이탈 막으려면 공대생 선발에 자율성 줘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공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전에 수재가 몰렸던 서울공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의대 갈 수능점수가 안돼 일단 서울공대에 붙어 적을 둔 뒤 휴학 후 의대로 이탈한 학생 수가 한해 100명을 넘을 정도다.
공대생을 경제적으로 우대하자느니 취업과 창업에 특혜를 주자느니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처음부터 공학에 뜻을 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입시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되지 않을까.
최근 서울대로 김영오(58) 서울공대 학장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김 학장은 입시 자율성 보장과 함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안한 지역할당 선발제를 시행볼 것을 제안했다.
서울대의 가장 큰 힘은 다양성이라고도 했다.
-- 서울 공대로 입학한 뒤 중도 이탈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나.
▲ 4년 전 기준으로 신입생으로 850명이 들어왔는데 올해 750명이 졸업했으니 대략 100명 정도가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5년 전만 해도 한 50명 선이었는데 작년엔 110명을 넘었다.
-- 의대 쏠림의 여파로 보는 것인가.
▲ 의대 정원 확대 전부터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의사 되려면 졸업 후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에 가야 했던 것이 다시 수능으로 바뀌면서 타격이 커졌다.
의대 가려고 일단 공대로 들어온 뒤 재수하는 것이다.
특히 화공과와 생명공학과의 경우 의대를 준비하는 과목이 겹치기 때문에 이탈이 많다.
--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비해 서울 공대생 수준이 밀리는가.
▲ 어차피 수능은 변별력이 없다.
커트라인(합격선)도 몇 점 차라서 의치한약수가 (서울공대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는 맞는다.
-- 그러면 입시 전형을 달리 하면 되지 않나.
▲ 정부에서 공대형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자기소개서와 대회 입상 성적을 보면 공대를 계속 오랫동안 준비한 학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시의 경우 수시에서 평가하는 서류들을다 빼니 공대형 인재를 뽑기 어렵다.
공정성 시대가 돼서 그렇다.
-- 결국 입시 제도가 문제네.
▲ 서울 공대에 뜻이 없었는데 서울 공대로 온 학생들이 한해 70~80명 된다.
그런 학생들은 들어와선 안된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
- 의대와 공대생 간 적성 차이가 있는가.
▲ 의대는 딱 입시만 잘 보면 그다음부터는 고민 안 한다.
공부하라는 대로 하다가 본과, 전공의, 펠로까지 다 하고 마지막에 딱 하나 고민하는 게 개업하느냐, 종합병원 가느냐다.
그래서 고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의대가, 다양성 있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대가 더 잘 맞는다.
공학자는 계속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런 도전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 공대 나오면 지방에서 많이 일하는 것도 의대쏠림의 이유라고 한다.
▲ 맞는다.
요즘 젊은이들을 워라벨을 중시한다.
서울공대생들도 (직장이) 서울,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에는 안 갔던 회사를 많이 간다.
나는 수도권 쏠림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지금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얘기하는 지자체별, 지역할당으로 학생을 뽑자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 자기 자식은 시험 잘봐서 서울대 간다고 굳게 믿는 학부모들 반대가 심할 텐데.
특히 강남이 난리날 것 같다.
▲ 분명히 지방으로 이사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은 총재는 너무 래디컬(급진적)한 게 서울대 전체 신입생의 70퍼센트를 뽑자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연착륙하는 방안으로 한 해 한두 명이라도 일단 시작해서 반응을 보는 게 좋겠다.
국립대학인 서울공대가 처음 받을 자세도 돼 있다.
수학 등에서 기초가 돼 있으면 다 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문과는 큰 문제가 없으면 지역별로 뽑아도 된다.
-- 지금 지역균형 선발제가 있지 않나.
▲ 사실 교장 추천제를 해보니 지방 아이들이 계속 떨어진다.
수도권 학생들과 붙어서 밀리니 자꾸 적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 할당을 하면 서울대에서 무조건 뽑게 된다.
그러면 다양성이 확실히 커질 것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있는 선발인원은 그대로 두고 정원 외로 지역할당 학생을 뽑으면 된다.
서울공대생이 한 학년에 850명인데 정원외로 240명 정도 뽑으면 1천명 넘는 선으로 해서 해보고 싶다.
대학도 학생들 많아져서 좋을 것이다.
-- 서울대 구성원들부터 지역할당에 반대한다고 들었는데.
▲ 반대라고 할 수 없다.
교수들 사이에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 같은 정치적 이념 논쟁과 유사성을 띨 수 있다.
-- 한국은 소수점 차이로 학생을 뽑아야 하는 사회이지 않나.
▲ 지역 균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일반 학생보다) 최소한 처지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더구나 지역균형제 아래에서도 지방 학생이 자꾸 들어오지 못하니 (지역할당제 도입에) 사회적 반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까.
▲ 서울대의 가장 큰 힘은 다양성이다.
더더욱 서울대가 이를 앞장서서 해야 된다.
멀리 보면 나중에 그(일반 입학) 친구들에게 (지역할당 학생들이) 다 자기의 힘이 될 거다.
다양하게 들어온 학생들하고 어울리는 것이 힘이 될 거다.
내가 학생처장 때 실행에 옮긴 기숙형 대학(공용 생활 공간)에서 입증됐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 넣어 섞어놓고 생활을 같이 하게 만들었더니 참여 인원이 처음 300명에서 지금은 600명이 됐다.
다양성과 섞임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볼 때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년이 됐을 때 덕목을 갖춘 리더로 만드는 길이다.
-- 다른 대학에선 반대하지 않겠나.
▲ 반대하는 분이 있을 것 같다.
철학의 차이니까.
그러나 나는 최소한 국립대는, 국가 예산을 6천억 이상 받는 서울대는 한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런 건 진보, 보수가 아니다.
※ 김영오(58) 서울공대 학장은 누구?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원을 하고 서울대 강단에 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공학연구소 정책부장, 서울대 법인추진단 부단장, 학생처장을 역임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부회장과 대한토목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는 등 학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학장은 "내 경력과 경험, 지식을 공적 자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공대 학장으로 선출됐다.
jahn@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