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소화성 궤양은 몸속 소화기관에 상처가 생기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위에 발생하는 위궤양과 십이지장에 발생하는 십이지장궤양을 뜻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위 점막에 붙어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층을 손상해 위가 산에 더욱 취약해지게 만든다.
또 다른 원인은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소염제의 잦은 사용이다. 이 같은 진통소염제는 염증을 억제하지만, 위 점막을 보호하는 성분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도 억제한다. 이는 위 내벽을 손상하고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 능력을 감소시켜 궤양을 일으킨다.
소화성 궤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복용하는 약제의 면밀한 검토, 그리고 헬리코박터균검사로 궤양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되면 고용량의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해 균을 제거할 수 있다.
최근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란 약물이 개발돼 사용 중이다. 기존의 위산분비억제제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위산 억제 효과가 있어 헬리코박터제균 치료 향상, 증상 경감과 함께 치료 효과를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화성 궤양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재발 우려가 매우 높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환자는 제균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처방받은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정해진 횟수와 기간에 맞춰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
진통소염제의 오남용 또한 재발의 주된 이유다. 소화성 궤양 과거력이 있거나 고령이고, 항응고제 혹은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이런 약제를 위산분비억제제 없이 계속 사용하면 궤양의 재발 위험이 높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진통소염제 사용을 가급적 피한다. 약제 중단이 불가능하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제를 변경하고 위산분비억제제를 함께 복용한다.
고령 환자는 이런 약들로 인해 궤양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합병증인 위십이지장 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니 꼭 본인이 먹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두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