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이겨낸 ‘동포들의 김치’는 어떤 맛?···광주 광산구 ‘동포 김치 경연’ 눈길

2025-10-14

고려인들은 당근·양배추·비트 김치 담가

미주 케일, 남미에서는 망고·파파야 김치

내달 8일, 광주고려인마을서 첫 대회 개최

구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에게 당근으로 만든 김치 ‘마르꼬프차’는 그들이 한민족임을 잊지 않도록 해줬다. 고려인들은 구하기 어려운 배추 대신 당근으로 김치를 담갔다. 고수와 마늘, 고춧가루, 파프리카로 양념을 한 이 김치는 고려인 김치의 상징이 됐다.

세계 곳곳의 동포들이 한국인의 맛을 지키며 만들어 먹었던 다양한 김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대회가 열린다.

광주 광산구는 14일 “전국 곳곳에 사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전국 동포 김치담그기 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동포들의 김치’를 주제로 경연대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김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세계 각 나라로 이주한 동포들은 김치를 잊지 못하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김치를 만들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당근 김치 외에도 양배추를 절여 만든 양배추김치, 붉은색과 단맛을 살려 비트 김치를 담갔다. 중국 조선족은 중국의 채소인 청경채로 김치를 만들었다. 두부를 양념과 함께 무쳐 먹는 방식의 두부김치도 있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의 절임 채소(츠케모노) 방식을 이용해 한국식 양념을 더한 오이 김치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순 김치 등을 먹었다. 미주 한인들은 케일과 버려지는 브로콜리 줄기로도 김치를 담갔다.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에서는 덜 익은 파파야와 망고가 한국인의 손에서 김치로 다시 태어났다. 유럽에서는 양배추와 사과를 이용한 김치, 호주에는 단호박을 이용한 김치도 있다.

대회에는 국내 거주 동포와 귀화한 사람이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참여할 수 있다. 오는 27일까지 전자우편(reviolet@korea.kr)으로 신청서와 김치 조리 과정을 담은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11개 팀은 오는 11월8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있는 다모아어린이공원에서 본선을 진행한다. 현장 조리 뒤 심사위원 및 관객 평가를 거쳐 대상 200만원, 금상 100만원, 은상 50만원, 동상 3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광산구 관계자는 “타국에서도 잊지 않았던 조상들의 문화를 각자의 환경에 맞게 변형해 온 다양한 김치를 경연 방식으로 소개하고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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