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안 사와도 돼, 얼른 와”… 꾹꾹 눌러쓴 마지막 편지 ‘가슴 먹먹’

2025-01-08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유족들 ‘대합실 메모’ 눈시울

“사랑해” “편안히 지내” “미안해”…

부모에 선물 부탁한 막내딸 편지

남편 잃은 아내의 애끊는 마음 등

조문객들 사연 읽으며 눈물 훔쳐

정부, 추모공간 조성까지 보관키로

희생자 장례, 9일 제주서 마무리

유족물품 정리 등 후속 작업 지속

한·미합동조사단, 엔진 등 분석 속도

“망고 안 사 와도 돼… 오면 용서해줄게.”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 11일째인 8일 희생자 179명 중 177명은 영면에 들었지만 이들에게 닿지 못한 포스트잇 편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오지 않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뜬눈으로 며칠간을 지새웠던 유가족들은 한 뼘도 안 되는 종이에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아 회한을 달랬다. 대합실에 붙여진 129편의 메모 형식 편지에 유족들이 많이 건넸던 말은 ‘사랑해’(84회), ‘편안히 지내’(31회), ‘행복해’(31회), ‘미안해’(22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사연이나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편지에는 그간의 고마움과 애끊는 그리움, 먼저 가버린 배우자에 대한 원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인사 없이 가서 많이 서운한데. 고생 많았고 사랑합니다”, “저승에서 같이 살게 사랑해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태국 여행길에 망고를 사 오라고 부탁했던 막내딸의 편지에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딸은 “엄마 아빠 망고 안 사 와도 되니까 얼른 와… 지금이라도 오면 내가 용서해줄게. 그래! 망고 안 사 와도 반겨줄게! 안 돼?”라며 눈물로 애원했다.

무안공항을 찾은 조문객들은 이들의 사연을 읽으며 공항 대합실을 한참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당국은 희생자 추모 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가족들의 편지를 보관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치러진 희생자들의 장례는 9일 제주에서 2명의 발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8일 오전에는 가장 마지막으로 시신이 수습된 A씨 일가족 3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A씨 가족은 마지막으로 수습된 참사 희생자다.

KIA 타이거즈 직원인 A씨는 아내, 아들과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A씨는 KIA 타이거즈 우승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가 연말을 맞아 가족과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세 살배기 아들은 이번 참사의 최연소 희생자로 알려져 지역민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국은 참사 현장에서 수거된 유류품의 주인을 찾고, 공항 주차장에 놓인 희생자들의 차량을 견인하는 등 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 등 20여명도 공항 내부에서 조사 관련 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사 인력들은 현장 보존을 위해 일대에 덮인 방수포를 걷어 낸 뒤 기체 잔해를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부 인력들은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되는 둔덕 형태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관심을 갖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 조사와 함께 공항 격납고에서는 수거된 엔진 2개와 조종석 상부 패널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중대본 13차 회의에서 “한·미 합동조사단이 현장에서 엔진과 주 날개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손상된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에 도착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와 함께 수리 및 자료추출 등 분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안=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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