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여권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선불유심을 대량 개통한 뒤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긴 유통조직이 경찰에 대거 검거됐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문서위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통조직 일당과 별정통신사 직원 등 71명을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총책인 40대 남성 A씨 등 7명은 구속 송치했고 4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알뜰폰 유심을 매개로 한 피싱 범죄 신고를 토대로 전국 18개 개통대리점과 별정통신사를 수사해 위조 가입신청서 3400매와 유심카드 400여 개를 압수했다.
A씨 일당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텔레그램 등으로 불법 수집한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알뜰폰 선불유심 1만1353개를 무단 개통한 혐의를 받는다. 여권 소지자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국적자로, 본인 명의의 유심이 개통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휴대전화 개통대리점을 운영하면서 2곳의 별정통신사 직원들과 공모해 유심을 손쉽게 승인받았다. 별정통신사 직원들은 A씨가 넘긴 외국인 여권 정보와 개통신청서를 받아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개통을 승인해줬다.
A씨는 대리점에는 “외국인 여권 사본만으로도 선불유심 개통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동참을 유도했다. 개통된 유심은 주로 대량의 문자 발송을 위한 중계기(심박스)에 활용되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접촉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보이스피싱 등 960억원 피해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개통 1건당 3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등 대규모 사기 범죄로 96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개통한 선불유심은 개당 20만∼80만원에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됐다. 경찰은 A씨 등이 16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7억3000만원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불법 개통·유통된 7395개 회선에 대해서는 각 통신사에 이용 해지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피싱 범죄가 은밀해지면서 불법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역할을 나눠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포유심 유통 대리점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해 다중피해범죄의 핵심 수단인 대포폰이 범죄 조직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