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체육계 선거, 선거 후가 더 걱정스럽다

2025-01-08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적잖은 체육단체장 선거가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 정정당당, 공정성 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계에서 선거 정치화가 이미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은 정정당당하게 선거 절차를 지키면서 페어플레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등에 대해서는 “나와 상관없다” “나는 모르는 일” “상대 후보의 방해 공작”이라고 말한다. 선거운동은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행되게 마련이다. 고소와 고발, 설문조사를 통한 우세 홍보, 언론을 이용한 지지 호소와 상대 비판 등도 겉보기와는 달리 속내들은 폐쇄적이고 위선적인 경우가 적잖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지난 7일 전격 연기됐다. 선거운영위원회가 규정상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으로 선거인단을 결정한 게 화근이다. 대한체육회 선거도 자칫 연기될 위기를 맞았다. 투표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전체 표심 반영이 어렵다는 게 선거 가처분 신청을 낸 측 이유다.

선거를 개최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은데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상한 기류들이 감지된다. 이에 대한 의혹을 잘못 제기했다가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당사자가 부인하면 그걸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문제도 없고 의도도 없다”는 당사자 발언,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략”라는 경쟁 후보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공약, 점점 도를 넘고 있는 네거티브 전략, 외부세력을 동원한 여론 조작 또는 호도, 이해하기 힘든 갑작스런 입장 선회, 후보들 간 은밀한 특정 후보 밀어주기 또는 줄서기, 금품·위력에 의한 매표 행위, 은밀한 기표방식을 이용한 위력 행사, 선거 준비 과정 소홀 또는 조작 의혹….

최근 체육계 선거 열풍 속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들이다. 이외에도 차마 기사로 쓸 수 없는 의혹들도 있다.

선거는 태생적으로 정치화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계 선거도 어느 정도는 그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포츠계 리더를 자처하는 인사들, 체육단체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하는 행동 중 적잖은 부분에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두 한국 정치인들의 분열적인 선동질, 몰상식하고 안하무인 격인 태도, ‘내로남불’식 정쟁, ‘일단 되고 보자’는 무책임한 행동 등을 닮았고 그게 원흉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선거 기간 스포츠계는 고유하고 소중한 생명과 가치를 잃고 있다. 그걸 스스로 내팽개치면, 스포츠계 외부 시선과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그게 다시 스포츠계로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선거 자체도 걱정이지만 누가 당선되든 선거 후가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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