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품종 따로 있다?…맛있는 귤, ‘이것’만 알면 척척 고른다

2024-11-27

요즘은 농산물도 품종별로 골라 먹는 시대다. 색과 모양이 다채로운 품종들이 나와 있고, 색다른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별별 품종’ 기획을 통해 다양한 농산물의 품종을 알아본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담요 덮고 귤 까먹으면 행복이 따로 없죠.”

감귤은 시린 겨울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시골 할머니집의 따뜻한 아랫목에서 까먹던 시원한 귤, 점퍼 주머니 안에 넣어뒀다 친구와 나눠 먹던 달콤한 귤을 떠올리면 정겨운 느낌이 든다. 껍질 안에 소담스럽게 들어 있는 알맹이를 하나 베어 물면, 과즙을 품은 수많은 알맹이가 톡톡 터지며 상큼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감귤의 ‘품종’과 ‘맛있는 귤 고르는 법’을 알아보자.

감귤 품종은=감귤은 세계적으로 2000품종이 넘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감귤은 1990년대 중반까지 ‘온주밀감’이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이후 다양한 품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감귤은 크게 ‘극조생 온주밀감’과 ‘조생 온주밀감’ ‘만숙성 감귤(만감류)’로 나뉜다. ‘온주밀감’은 우리가 흔히 ‘귤’ 하면 떠올리는 한 손에 잡히는 크기의 귤이며, ‘만감류’는 감귤과 오렌지를 교배한 것으로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을 의미한다. 극조생과 조생, 만감류를 나누는 기준은 수확시기의 차이로 ‘극조생’은 가장 이른 10월부터, 조생은 11월 중순, 만감류는 11월 하순부터 수확이 이뤄진다.

먼저 10~11월 수확하는 ‘극조생 온주밀감’은 ▲일남1호 ▲암기조생 ▲궁본조생 ▲삼매조생 등이 있다.

①일남 1호=과실이 편편한 편이며 과실 껍질이 매끄럽다. 다른 극조생 온주밀감과 달리 가지가 빽빽하게 자라지 않아 많이 달리는 편은 아니지만, 1개당 크기는 125g내외다. 과실을 수확하는 초기에는 당도가 9~10브릭스(Brix)지만, 10월 하순에 접어들면 11브릭스까지 높아진다. 과즙의 산함량은 1.2% 정도다.

②암기조생=귤나무의 잎이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편이다. 과실 껍질이 매끄럽고 얇다. 귤이 완전히 노랗게 익는 10월 중하순 경에 측정한 당도는 10~11브릭스다. 수확을 하지 않고 계속 두면 조금 더 달콤해지지만, 껍질이 두꺼워지고 알맹이와 껍질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돼 한쪽이 움푹 들어가는 ‘부피과’가 발생할 수 있다. 산함량은 0.8~1% 정도다.

③궁본조생=귤나무의 가지가 많고 잎은 작다. 과실은 모양이 편편하고 크기가 큰 편이다. 귤 중에서는 껍질이 얇고 매끈하며 잘 까지는 것이 있는데, 궁본조생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도도 10브릭스 내외로 높고 맛도 좋아 호평을 받고 있다.

④삼매조생=착색이 빠르게 되고 신맛이 빨리 사라져 9월초부터 먹을 수 있다. 9월말이 되면 신맛이 거의 사라져 담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라 귤의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먹기 좋다. 1개당 크기는 68g으로 작은 편이지만 껍질이 두껍다. 특히 알맹이와 껍질 사이 공기층이 형성되는 ‘부피과’가 쉽게 생겨 껍질을 벗기기 좋다. 어린 귤일 땐 껍질이 매끈하지만, 더 자라면 거칠어진다.

초겨울인 11월에서 3월까지 수확하는 ‘조생 온주밀감’에는 ▲궁천조생 ▲흥진조생 ▲궁능온주 ▲남감21호 등이 있다.

①궁천조생=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조생귤 품종이다. 과실은 편편하고 둥근 모양으로 껍질의 두께가 중간 정도다. 과실이 찢어지거나 터지는 ‘열과’ 발생이 적어 농가에서 선호한다. 다만 초록색이 오래 남아 완전히 익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당도는 9.5브릭스, 산함량은 1.32%로 모두 높은 편이다. 먹는 순간 신맛이 강하게 나지만, 점점 달콤한 맛도 충분히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수확 초기에는 신맛이 매우 강한 편이다.

②흥진조생=색이 고르고 크기가 100g 정도로 크다. 과실은 편편한 모양으로 꼭지 부분이 돌출되는 ‘돌출과’ 현상이 없다. 당도가 10브릭스 정도로 높아 달콤하고, 산함량은 0.85~1.25%로 낮은 편이다. 조생 온주밀감 중 가장 늦게까지 출하되는 품종이다.

③궁능온주=과실이 편편하고 크기가 균일하며, 껍질이 매끄럽고 착색도 양호하다. 한마디로 보기 좋게 생긴 귤이다. 11월 상순에서 중순경에 먹을 수 있다. 당도가 11.5브릭스로 높고 산함량이 낮아 통조림이나 과즙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④남감21호=‘보기 좋은 귤’을 꼽으라면 ‘남감21호’를 선택할 수 있다. 과실이 크고 균일하다. 완전히 착색되면 껍질의 색이 진해 눈으로 보기에 예쁜 귤이다. 껍질은 두꺼운 편이며 벗기기 쉽다. 당도는 10.7브릭스, 산함량은1.27%로 달콤하다. 또 과즙 알갱이를 감싼 속껍질이 얇아 먹기 좋다.

◆감귤 효능은=감귤은 비만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농촌진흥청과 제주대학교에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쥐 모델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감귤 추출물을 먹은 쥐 그룹의 체중이 10%, 공복 혈당은 28% 감소했다.

다만 감귤의 달콤한 맛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리랜서 작가 임모씨는(37)는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담요 덮고 귤 까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귤이 맛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게 돼서 문제지만, 감기도 예방된다고 하니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귤의 열량은 100g당 34㎉다. 농진청 관계자는 “귤 하나의 무게는 보통 100g 내외로 열량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귤을 하루 2~3개 정도 섭취하면 비타민C 일일 권장량이 채워지고 면역력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귤은 피부 개선 효과도 있다. 노밀린·오랍텐 등 감귤에 함유된 성분은 피부 주름과 기미, 잡티 개선에 도움을 준다. 농진청 연구에 따르면 노밀린 성분은 피부에 탄력을 줄 뿐만 아니라 피부 콜라겐 생성량도 33%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맛있는 귤 고르는 방법은=감귤의 꼭지가 가늘고 초록색을 띤 것이 좋다. 특히 달콤한 귤을 선호한다면 꼭지 주변을 잘 봐야 한다. 꼭지 주변이 매끈한 것보다 울퉁불퉁한 귤이 당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일반 감귤보다 달콤한 ‘타이벡 감귤’이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타이벡 감귤은 품종이 아닌 재배 형태를 의미한다. 물이 흡수되지 않고 공기는 통하는 기능성 피복 소재인 ‘타이벡’을 활용해 재배한 감귤이다.

토양에 타이벡을 씌우면 여름철 빗물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일반 감귤보다 당도 높은 귤을 생산할 수 있다. 감귤연구소에 따르면 타이벡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당도가 3브릭스 이상 높았다. 아주 달콤한 감귤을 선호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타이벡 감귤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귤은 색이 고르고 껍질이 매끈한 것이 저장성이 좋다. 다만 껍질의 얼룩은 상처가 아물면서 생긴 자국으로, 맛과는 관계가 없다. 또 귤은 중간보다 살짝 작은 크기가 맛이 더 좋다. 일반적으로 귤이 너무 크면 싱겁고, 너무 작으면 신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광철 제주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팀장은 “갈귤은 색이 진한 것이 품질이 좋다”며 “달콤한 귤을 고르고 싶다면 귤 크기가 작고, 귤 꼭지가 가는 것을 고르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입한 감귤은 바람이 잘 통하는 10℃ 정도의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상자에 보관할 때는 종이를 깔고 귤 꼭지가 아래로 향하도록 두는 게 좋다. 귤 사이에 간격을 둔다면 서로 부딪혀 상할 일도 적다.

습도가 너무 높은 곳에 두면 푸른곰팡이 등으로 부패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환기가 중요하다.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신선한 맛이 빨리 없어지기 때문에 신문지 등으로 덮어 적정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도움말=농촌진흥청·서귀포감귤박물관·제주도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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