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제프 베조스 등도 무단 도용
2027년까지 美서 400억달러 피해 전망
세계 최고 부자이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얼굴과 목소리를 완벽히 복제한 딥페이크 영상이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BS 뉴스 등에 따르면, 딥페이크 모니터링 기업 센서티는 최근 발생한 투자 사기 딥페이크 영상 중 약 25%에서 머스크가 등장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사기 광고의 경우, 그 비율이 무려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2000개 이상의 딥페이크 영상을 분석한 결과, 머스크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62세의 의료계 종사자인 하이디 스완은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된 머스크의 투자 광고를 보고 1만 달러(약 1400만원)를 투자한 뒤 사기를 당했다. 그녀는 “영상 속 인물이 머스크와 똑같이 보이고 말까지 같아서 진짜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더 큰 피해도 있었다. 82세의 은퇴자 스티브 보챔프는 지난해 말 머스크가 등장하는 투자 광고를 보고 248달러(약 35만원)로 시작한 투자를 점차 늘려 결국 69만 달러(약 9억 7000만원)를 잃었다. 사기범들은 머스크의 실제 인터뷰 영상을 AI 기술로 편집하고, 새로운 대본에 맞춰 그의 입 모양과 목소리를 조작했다.
머스크 외에도 워런 버핏, 제프 베조스 등 유명 투자자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무단으로 도용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지난해 AI 생성 콘텐츠로 인한 사기 피해 규모가 120억 달러(약 16조 8000억원)에 달했다고 추산하며, 이러한 피해는 2027년까지 미국에서만 400억 달러(약 56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투자 사기를 예방하려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투자 광고의 진위를 철저히 확인하고,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광고는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