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은 남의 잔치…유통가, 주가 부진에 '한숨'

2025-10-27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유통업계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감에도 유통주는 저점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내수 부진, 실적 악화 등이 발목을 붙잡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7.97포인트(2.49%) 오른 4039.56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빛을 내고 있지만 유통주에는 그늘이 드러워져 있다. 국내 유통 산업을 대표하는 이마트는 이날 종가 기준 전일 대비 0.41% 오른 한 주당 7만4300원에 그쳤다. 라이벌 롯데쇼핑은 한 주당 6만7400원으로 0.45% 올랐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 6개월 추이를 보면 더욱 대비된다. 코스피는 6개월 전인 지난 4월 25일 대비 60.2% 오른 반면 이마트 주가는 18.7% 하락했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각각 0.4%, 4.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편의점 대표 BGF리테일도 주가가 1.4% 역행했다.

특히 유통 대장 격인 이마트와 롯데쇼핑 부진이 두드러진다. 양 사는 앞서 주주환원 정책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부터 3년 간 최저배당을 25% 상향하고 자사주도 내년까지 2% 이상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또한 △주주환원율 35% △최소 주당 배당금 지급 △중간 배당금 지급 등을 이행하고 있다.

실적도 선방한 편이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4조2579억원, 영업이익 18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보합, 영업손익은 1700억원 가까이 회복하며 지난해 부진을 떨쳐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매출 6조8095억원으로 1.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89억원으로 10%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저조한 주가는 결국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시장 기대가 낮음을 방증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구 구조 변화로 내수 시장이 점차 작아지고 있고 소비 패턴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조선 등 수출 확대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뚜렷한 반면 내수 경기 진작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도 10년 넘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여전히 유통산업발전법 폐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내달 일몰되는 SSM 규제에 대해서도 최근 4년 연장하는 방안을 국회 상임위원회가 의결한 상태다.

야심차게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27년까지 연간 배당 500억원 △중간 배당 최소 100억원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이고 명확한 주주 환원책을 펼쳤다. 그 결과 현대백화점은 지난 6개월 전과 비교해 주가가 40.9% 오르며 코스피 상승 궤도에 올라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방산·조선 등 수출 관련주에 쏠려 있으며 유통주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여전히 냉랭한 편”이라며 “과거에 비해 개선된 주주 환원책을 내놓은 것은 맞지만 전체 산업군으로 시야를 넓혔을 때 경쟁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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