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속노화를 위한 생물학
‘저속노화를 위한 생물학’(플루토·1만8,000원)은 에너지공학과 전기화학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생존 매커니즘을 에너지의 관점에서 알아본다. 생명체의 공통조상인 루카에서 시작해 ATP, 미토콘드리아, 자가포식 같은 생명활동과 관련된 과학적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생명체가 어떻게 에너지를 얻고 사용하는지, 이 과정이 어떻게 우리의 탄생과 성장, 노화와 죽음에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뒤로 걷는 길
냉철한 현실 인식과 자연과 문명에 대한 깊은 성찰로 오랜 시간 흔들림 없는 시의 지층을 묵묵히 다져온 백석문학상 수상 시인 황규관의 신작 ‘뒤로 걷는 길’(창비·1만3,000원)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됐다. 삶과 노동, 생의 근원적 문제를 향한 치열한 탐색으로 동시대 시단의 단단한 목소리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밀도 높은 시어로 세계에 맞서는 진실한 사유와 감각을 펼쳐 보인다.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
저자 린 시걸은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니케북스·2만4,000원)에서 인간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보는 근대적 관념은 실상과 어긋난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의존적 존재며, 의존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특성을 지닌다. 시걸은 바로 이 상호의존성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제시하며, 자율성과 독립은 오히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름은 사랑의 천사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를 펴낸 2022년, 알라딘에서 진행한 ‘한국문학의 얼굴들’ 시 부문 1위에 선정되며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인 시인 최백규의 두번째 시집 ‘여름은 사랑의 천사’(문학동네·1만2,000원)가 나왔다. 첫 시집이 불우한 청춘을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풀어냈다면, 이번엔 ‘너’라는 시적 대상과 함께한 ‘여름’이라는 계절, 그것과 닮은 사랑의 모습들을 호소력 짙은 감성으로 그려낸다.

▲반대편에서 만나
익숙한 삶의 장면을 낯설고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착하며 2020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송정원 시인의 첫 시집 ‘반대편에서 만나’(창비·1만3,000원)가 출간됐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감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존재와 삶의 본질을 세심하게 사유하는 서정적인 시세계를 선사한다. 경계에 선 존재들의 불안을 치밀한 감정묘사를 바탕으로 탐색해 깊은 울림을 남긴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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