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트럼프 쇼 됐다”
‘쇼맨십’ 강한 트럼프의 존재감 과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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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현장에서 관람했다. 취임 직후 각종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그의 권력지향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올리언스주 루이지애나의 시저스슈퍼돔에서 열린 제59회 슈퍼볼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슈퍼볼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형 스포츠 행사 중 하나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보안도 강화됐다. 이날 전광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자 관중석에선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NFL 사무국이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경기장 엔드존에 인쇄돼 있던 ‘인종차별 철폐’ 문구를 ‘사랑을 택하라’로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존 문구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블랙라이브스매터’(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확산했던 2021년 무렵부터 줄곧 사용돼왔다고 한다. NFL 측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한 트럼프 대통령 기조를 의식한 결정이 아니라고 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앨빈 틸러리 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NFL이 주로 흑인 선수들을 통해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무국 결정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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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경기를 현장 관람한 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고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CNN은 이번 슈퍼볼이 “트럼프 쇼”가 됐다며 “그가 취임한 뒤로 ‘트럼프 쇼’는 24시간 내내 방영 중이다. 각종 기자회견과 충격 발언, 알파벳 대문자로 쓰인 트루스소셜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그는 매 순간 주인공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쇼맨십’을 선보이고 있다. AP통신 분석에 따르면 그는 취임 첫 주에만 7시간 44분 동안 카메라 앞에 서서 8만1235개 단어를 쏟아냈다. 이는 영화 <스타워즈> 3부작을 합친 것보다 길며, 단어 수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 주 동안 말한 것(2만4259개)보다 3배 이상 많다. 백악관 속기사들 업무가 크게 늘어나 인력 충원까지 논의 중이라고 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성향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첫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어디에나 있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에게) 들려줄 훌륭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야만 유지되는 권력의 속성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사학자 루스 벤 기아트는 “강자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며 쉴 틈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