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분기말 연체율 1.35%
펜데믹 때보다도 배 이상 높아
중소득자 연체율은 3%대 뛰어
폐업 후 실업급여 수령도 급증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건 수임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변호사도 결국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데다가 수사기관에 정치적인 사건이 몰리면서 일반 사건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탄핵 정국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개선되기는커녕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사무실 임대료부터 걱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9년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 이들의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전체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35%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분기(1.71%)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소득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3년 4분기 0.98%에서 지난해 1분기 1.16%로 올라선 후 2분기 1.09%, 3분기 1.35% 등으로 줄곧 1%를 웃돌았다.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연체율은 0.5% 안팎에 그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고소득 자영업자 차주는 146만7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46.9%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의 대출 잔액은 737조원에 달해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133조1000억원)나 중소득 자영업자(194조300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중소득(30~70% 소득 수준)과 저소득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말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04%로, 역시 2015년 1분기(4.76%) 이후 9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22년 1%를 밑돌던 연체율은 2023년 1%대로 올라선 뒤 지난해 2%대를 거쳐 3%대까지 뛰어올랐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68%로 집계됐는데 이 또한 2014년 2분기(1.83%)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율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최고라고 밝혔다. 특히 같은 시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5%에 달해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을 기록했다. 2023년 1~11월 수급자가 3057명이었는데 이때보다 262명 늘어난 것이다. 2023년 전체 수급자 3248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올해에는 ‘12·3 비상계엄’ 등의 여파로 수급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2020년 1495명, 2021년 2056명, 2022년 2575명, 2023년 3248명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급액도 2020년 72억1200만원, 2021년 99억3200만원, 2022년 123억8300만원, 2023년 167억6800만원 등으로 늘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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