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화 스테이블코인 '일대일 준비금' 넘어 '실시간 검증'이 관건

2025-07-08

최근 국회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하며,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 발행, 유통, 투자자 보호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며, 특히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반드시 일대일 지급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발행사는 유통량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안전한 자산으로 보관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며, 감독기관의 점검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지급준비금의 물리적 보유와 정기 공시까지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실시간 검증 체계나 기술적 관리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준비금이 존재하는지, 발행량과 담보가 즉시 일치하는지를 상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는 제도적으로도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 당국은 이미 이러한 사각지대를 주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으나, 실시간 검증 체계와 데이터 투명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 역시 발행 구조의 집중 해소, 실시간 데이터 검증, 오라클 보안 강화를 스테이블코인 설계의 필수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즉, 단순한 가격 안정성만으로는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리스크는 발행량 조작이다. 만약 해커가 시스템을 침투해 실제 준비금보다 과도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조작할 경우, 투자자들은 이를 즉시 인지하기 어렵다. 유통량이 담보를 초과하는 순간이 발생하면, 거래소와 이용자들은 조작된 토큰을 정상 자산으로 오인해 거래를 지속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가격 혼란, 유동성 경색, 신뢰 붕괴 등 연쇄적인 시장 리스크가 급속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월간 보고나 수동 감사로는 사전에 대응할 수 없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발행량 조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차단하는 데 시간이 지체돼 시장 혼란이 확대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준비금 검증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프라이버시 보호 기반 실시간 준비금 증명 기술이 적용되면, 담보 상태와 발행량이 항상 일치하는지를 누구나 블록체인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검증이 가능해지면 해킹이나 조작 시도 발생 시 즉각적인 차단이 가능하며, 투자자들도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위험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아직 결정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월간 준비금 공시, 수동 감사, 일부 중앙화된 오라클에 의존하는 구조로 논의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구조는 초기 시장에서는 관리 가능한 체계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연동되기 위해서는 실시간 검증 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월 단위 보고 체계로는 담보 자산의 실시간 상태를 반영하기 어렵고, 수동 감사 체계는 즉각적인 리스크 탐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설계에는 다수의 독립 데이터 제공자가 참여하는 탈중앙 오라클 네트워크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일 오라클 구조는 특정 데이터 오류나 외부 공격 시 시스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오라클 프로젝트인 Chainlink와 Pyth는 이미 다중 데이터 검증 체계를 구축해 데이터 왜곡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도 이 같은 구조를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준비금 상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 기반의 실시간 준비금 증명(ZKP)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발행자의 공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누구나 담보 상태를 즉시 검증할 수 있다.

더불어, 온체인 실시간 감사 체계도 반드시 필요하다. 월간 보고서나 수동 감사는 사후 검증에는 유용하지만, 실시간 리스크 탐지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온체인 감사 체계가 구축되면 담보 현황, 발행 내역, 소각 기록이 즉시 블록체인에 기록돼, 거래소, 투자자, 감독기관 모두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다. 다만, 실시간 검증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에 필요한 정보만 열람하고 민감 정보는 보호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실시간 검증과 감사 체계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향후 반드시 하위 법령의 기술 가이드라인으로 제도화돼야 할 최소 요건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출발점이라면, 하위법령에서 이 같은 기술적 기준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가격이 고정된 토큰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 디지털 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뢰 설계가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신뢰를 설계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김봉규 지크립토 전무·한양대 공과대 겸임교수 alex@zkryp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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