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췌장암 이어 두 번째로 생존율 낮아
면역항암제, 장기 생존 가능성 입증

국내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로,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원격 전이됐을 때 5년 상대 생존율은 4%에 불과하다. 황달, 소화불량, 복통 등 자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담도암 원격 전이 상태일 수 있다. 담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 10명 중 7명은 원격 전이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확진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담도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담석증, 간흡충 감염, B·C형 간염 보균자 등 담도암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 담도 이상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최근 담도암 치료에 면역항암제가 쓰이면서 장기 생존 가능성이 제시됐다. 지난해에는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이 한국인에게서 더 긴 생존 기간을 확인한 임상 결과가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담도암 면역항암제가 국내 도입된 지 3년이 돼 간다. 하지만 이 치료법을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에게 권하기는 어렵다. 아직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눈앞에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입증한 면역항암제가 있어도 치료비 부담에 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혁신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임상 현장에 빨리 쓰이지 못하는 것은 담도암 면역항암제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건강보험급여 적용 여부를 논의할 때 혁신 신약의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수치가 엄격하게 설정돼 있다. 담도암처럼 환자 수가 적고, 오랜만에 나온 혁신 신약일수록 불리하다.
예후가 나쁜 담도암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의 평균 기대 여명은 7개월 남짓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다. 담도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면역항암제라는 동아줄이 내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