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생일에 사표 던졌다, 두 번 망하고 6000억 만지는 男

2024-11-14

마흔 살 생일에 사표를 던졌다. 당연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997년 4월 2일. ‘이제는 독립해야 할 때’라는 호기가 발동했고, ‘지금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라는 장난기도 조금은 작동했다. 부서 후배들과 경기도 장흥에 가서 거나하게 회식을 마쳤다. 그러곤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나가던 때였다. 1982년 국내 1위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 입사해 차장, 부장을 연거푸 특별 승진했다. 미국 연수를 다녀왔고, 광고기획국장으로 역시나 특진했다. 서른여덟 살, 사내 최연소였다. 이후 삼성그룹이 총력을 다해 준비하던 삼성자동차 광고 기획을 맡았으니 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호기 반, 장난 반으로 사직…고생길 시작

사표를 내고 고향인 강원도 춘천 집으로 떠났다. 어머니는 “그래, 알아서 해라”는 짧은 말로 그의 앞날을 지지했다. 하지만 ‘아들이 회사에서 밀려났구나. 여기가 한계인가’라며 걱정하고 서운해 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이튿날 속초로 낚시를 간 사이 회사에서 들이닥쳤다. 인사팀 간부가 “오스트리아에서 잠시 쉬고 오도록 조치하겠다. 퇴사를 만류해 달라”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알아서 하라”고 되풀이했다. 하지만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사업을 하려나 보다’며 아들을 듬직해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잘나가던 광고맨 심범섭(66)은 이후 10년간 고전했다. 매스노벨티(캐릭터 개발·유통) 사장, 아이디어코리아 대표, 알라딘홈쇼핑 설립자 등등 명함만 거창했을 뿐. 그중에 3년은 파산 상태였다. 그것도 “처절하게 망했다”.

그렇다고 신용불량자로 끝난 게 아니다. 보험회사에서 제공한 종자돈 500만원으로 서울 수서역 인근에 24평짜리 오피스텔을 얻고, 6개월 만에 보란 듯 다시 일어났다. TV 광고에 정보를 입힌 ‘인포머셜’ 시장을 개척하면서다. 올해는 순매출 2000억원, 취급액 6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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