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주인공 가족은 아빠 둘에 딸 하나, 아들 둘로 구성돼 있다. 이 가족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뗀다면 아마 3개의 다른 증명서가 나올 것이다. 칼국숫집 사장인 아빠 윤정재와 딸 윤주원, 경찰인 아빠 김대욱과 아들 김산하가 각각 법적으로 ‘진짜 가족’ 임을 확인하는 증명서 두 개, 그리고 누구와도 유전적으로 엮여있지 않은 아들 강해준의 증명서 하나.
부인과 사별 후 지방 소도시에서 칼국숫집을 하며 혼자 어린 딸을 키우던 정재는 동네 사람의 부추김에 맞선을 본 여성의 어린 아들, 해준을 떠맡아 키우게 된다. 아들을 ‘잠시 맡기겠다’던 여성은 해준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대욱은 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 아들 산하와 함께 지방으로 내려와 정재의 윗집에 산다. 딸을 잃은 아내의 슬픔과 분노는 산하를 향하고, 결국 대욱은 아들과 둘만 남는다. 늘 혼자 놀던 주원은 갑자기 오빠 둘이 생겼다며 기뻐한다. 따뜻한 성격의 정재가 모두의 ‘밥’을 챙겨주면서 이들은 ‘조립식 가족’으로 거듭난다.
중국 드라마 <이가인지명>을 리메이크한 <조립식 가족>은 로맨스 드라마인 동시에 가족 드라마다. 주인공 주원과 산하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드라마 중반까지는 가족 드라마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가족들 식사, 빨래 등 가사 전반을 전담하는 정재, 매일 늦게 퇴근해 정재에게 잔소리를 듣는 대욱의 관계는 일일드라마에 전형적으로 나오는 ‘부부’의 모습이다.
‘성이 다른 가족’의 고충도 나온다. 주원과 산하, 해준은 인생 대부분을 사실상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자랐다. 그런데 성이 다르다. 주원이 ‘난 오빠가 있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성이 다른데 어떻게 오빠냐’며 비웃는다. 고등학생이 된 주원이 정재에게 대욱을 양자로 들이는 ‘양자결연’을 맺으라고 조르는 이유는 그것이 법이 인정하는 ‘진짜 가족’과 그나마 유사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주원은 어느날 학교 선배에게 성과 관련한 또 똑같은 핀잔을 듣고 정색하며 따지기도 한다.
“서류상 가족이 뭐가 중요해요?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면 가족이지. 그걸 뭐 꼭 종이쪼가리로 확인받아야 해요? 이게 다 같은 쌀 먹고 만든 살이고, 뼈거든요!…어디까지가 가족인데요? 사촌까지? 피 섞였으니까? 그럼 재혼해서 새로 생긴 형제는요? 입양아면요? 이래저래 피 안 섞인 가족들도 많잖아요!”
드라마는 매회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가족’이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피가 섞여야 가족이라면, 해준이 배 속에 있을 때 해준을 버린 생물학적 아빠는 해준의 가족일까. 남보다 못한 산하의 엄마는 가족일까. 실제 현실에서는 ‘이래저래 피 안 섞인’ 이들이 ‘조립식 가족’이 되기 위해 애쓰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친구를 자신의 아이로 입양하거나(에세이 <친구를 입양했습니다-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다양한 방식의 상호부양, 돌봄 관계를 인정해주는 ‘생활동반자법’이 만들어지길 염원하는 이들도 많다. ‘양자결연’ 같은 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오는 황당한 설정은 아닌 셈이다. 총 16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이제 8회까지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