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와 세계가정연합(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 수사의 분수령을 맞는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이르면 15일 소환 조사를 받고, 다음날인 16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총재에게 15일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앞서 특검은 한 총재에게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출석을 통보했는데 한 총재는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응했다.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입원에 이튿날 심장 관련 시술을 받았다.
한 총재가 이번에도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특검이 체포영장 청구에 나설 수도 있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세 번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다만 한 총재가 종교 지도자이고 고령이라 특검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 측은 세 번째 소환 통보를 받은 뒤 아직 불출석사유서를 내지 않았다.
한 총재 조사는 김 여사,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복잡다단하게 얽힌 통일교의 청탁 의혹 사건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앞서 특검은 윤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김 여사에게 선물을 주고 숙원사업을 청탁한 최초 계기가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 실현 때문이었으며, 청탁 과정을 한 총재에게 모두 보고하고 결재받았다’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선물 청탁 사건의 시작과 끝에 한 총재가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도 이르면 오는 16일 결정될 예정이다. 특검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2022년 1월5일 불법 정치자금 1억원 받은 혐의를 받는다. 권 의원은 이후 한 총재의 불법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한 수사개시 정보를 입수해 통일교 측에 일러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는 16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특검이 권 의원을 구속하고 한 총재 소환 조사에 성공한다면 남은 통일교 관련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본건 정치자금 외 추가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적었다. 특검은 윤씨와 전씨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집단 국민의힘에 집단 가입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전씨에게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을 청탁하고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브로커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오는 15일 예정돼있다. 국회의원과 달리 도의원은 불체포특권이 없어 도의회 동의 등의 절차 없이 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