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 고수를 찾아라] 복숭아 도사…‘신비’ 등 16품종 개발

2024-07-04

‘혹시 이름의 ‘도’가 복숭아 ‘도(桃)’ 자가 아닐까?’

경북 경산의 복숭아농가 이윤도 경복육종농원 대표(64)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복숭아 육종 전문가다.

수년 전 국내 대형마트에서 전속 판매하면서 히트 친 ‘신비’ 복숭아를 비롯해 ‘신선’ ‘금홍’ 등 무려 16종을 개발했다. 3만3057㎡(1만평)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 대표가 신품종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나면 전국에서 그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그는 농촌진흥청 과수과에 잠시 몸담았던 이력이 있다. 그러다 복숭아 육종에 매진하고자 1995년 농민으로 ‘전향’했다.

급변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복숭아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데 30년간 주력한 결과 현재는 ‘이윤도표’ 복숭아를 전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가 전하는 인기 복숭아는 어떤 것일까. 이 대표는 “최근엔 깎아서 접시에 놓고 먹을 수 있는 단단한 복숭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했다. 당도가 높은 것은 기본이고 6월초부터 착색이 90% 이상 돼 출하를 앞당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그의 육종 노하우는 기간 단축에 있다. 이 대표는 “화분 교배한 과실을 수확한 뒤 종자를 저온 처리해 발아시키는 방식을 활용한다”면서 “이후 복숭아 나무의 어린 가지나 잎을 제거해 성장을 촉진하는 ‘유년생 타파 방식’으로 묘목을 기르면 일반 시험기관에 비해 육종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품종보다 중요한 것은 복숭아 재배 관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품종이 아무리 좋은들 관리를 못하면 맛있는 복숭아가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주지가 2개인 와이(Y) 자형 이본주지 수형을 고안했고, 복숭아 나무의 식재 간격을 6∼7m로 넓혔다. 대부분의 농가는 4∼5m 간격으로 심는다.

이 대표는 “이렇게 하면 나무에 열리는 과실 전체가 햇볕을 골고루 받아 당도가 올라가는 데다 통풍이 잘돼 병해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품질 관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생산량의 70%는 롯데마트에 공급하고 나머지 30%는 고급 과일을 전문 취급하는 유통망을 통해 출하한다. 복숭아 산지 거래 가격이 1㎏당 2500∼3000원이라고 한다면 이 대표는 최소 6000원에서 최대 1만원을 받는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2년 11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됐고 지난해엔 ‘제17회 한사랑농촌문화상’ 원예부문 본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온난화로 20년 뒤면 국내에서 복숭아 재배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극심해지는 일교차와 무더위를 극복할 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경산=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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